[파이낸셜뉴스]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70대 노인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40대 여성 운전자가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운전자는 14년 전 같은 수법으로 70세 노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는데, 당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운전자는 이 사고를 기점으로 7건 교통사고를 내면서 4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14년 전 노인 사망케하고 무죄 선고받은 여성
23일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2·여)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한 사유에 대해 "기록에 나타난 A씨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봐도 징역 20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A씨는 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등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지난 2020년 9월 11일 SM7 승용차를 몰아 피해자 B씨(76·여)를 들이받았다. A씨는 B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 했음에도, 도로의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고 시속을 약 42㎞/h까지 가속해 B씨를 충격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B씨는 치료를 받던 중 다발성 골절에 의한 외상성 쇼크로 사망했다.
2020년 또 노인 치고 1억7600만원 보험금 받아.. 대법서 20년 확정
같은 날 A씨는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약 1억76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법정에 들어선 A씨는 '교통사고를 내거나 A씨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는 차 안에서 음료수를 마시다가 흘리는 통에 앞을 잘 못 보면서 실수로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가 법원에 제출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엔 사고 직전 '흘렸다'고 외치는 김씨의 육성이 담기기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차량으로 피해자를 충격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는데도 피해자를 충격해 사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했다. 과실로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취득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진로 변경 후 약 1초가 지난 후 피고인이 '흘렸어'라는 말을 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진로 변경과 동시에 음료수를 마시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운전자 스스로에게도 매우 위험한 것이어서 자연스러운 태도로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시종일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명을 대하는 A씨의 이와 같은 태도만 보더라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질책했다.
검사와 A씨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재판부가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A씨에 대한 20년 형이 확정됐다.
남편도 29건 교통사고 내 7억 넘는 보험금 타내
A씨는 이 사고 전에도 같은 해 5월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다른 공모자들과 함께 고의로 공모자의 왼쪽 발을 자동차로 밟고, 1360여 만원의 보험금을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취득하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운전자 보험 특성상 운전 중 피해자를 다치거나 숨지게 하더라도 형사 합의금 등의 명목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러 사고를 내 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22건의 교통사고를 냈다.
특히 A씨는 2009년에도 이번 사망사건과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씨는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9년을 받았지만, 2심 재판부인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임상기)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7건의 교통사고를 통해 보험금 4억2129만원을, A씨의 전 남편 C씨는 29건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7억1738만원을 부정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