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가 성장하면서 재정지출 수요가 늘어 나라빚은 2000년대 들어 20여년만에 9배가 늘었다. 최근 코로나19와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가채무는 이전보다 더 크게 늘고 있다. 야당은 난방비 등 민생지원을 위해 3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전쟁, 재해, 대규모 실업 등에만 실시하는 것이라며 연초 추경은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복지 수요 등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추경 등 지출 요인이 커져 국가 재정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가채무 증가세 뚜렷
15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야당은 30조원의 추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추경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며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2000년대 들어 국가채무 증가세가 뚜렷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1046조 387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채무시계'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채무 등 실시간 나랏빚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가채무는 2000년 111조2000억원에서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서 9배 가량 증가했다.
1980~1990년대까지 완만하게 증가하던 국가채무는 2000년 들어 급속히 증가했다. 국가가 성장하고 국민들의 복지 요구가 높아지고, 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느 정부도 복지에 대한 정책적 국정 철학은 다르더라도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또 코로나19와 문재인 정부 확장재정 정책에 따라 지난 5년간 10차례의 추경이 실시되면서 나라빚은 급격히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차 추경 기준 2022년말 1040조원 수준으로 약 400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국가채무는 지속 증가해서 2038년 1억원(한국경제연구원 기준), 2047년 2억원, 2052년 3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文정부 5년 10번 추경에 나랏빚 400조 늘어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국가채무 부담액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1인당 국가채무 부담액은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당 부담액으로 계산한다.
1인당 국가채무 부담액도 2000년 237만원에서 2011년 842만원, 2013년 971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 1000만원을 돌파했고, 2017년 1284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문 정부에서 증가속도가 빨랐다. 1인당 국가채무 부담액은 2019년 1409만원, 2021년 186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 3월말 1900만원대에서 2023년 2월 14일 2028만원으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전 16년간의 증가속도대비 증가 속도가 대략 2배 가량 빨라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17년 36.0%에서 2022년 50.0%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처럼 최근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위기대응과 복지 등 예산 지출이 늘면서 나라 살림살이 적자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늘어난 예산지출 대비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국채 등 빚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또 문 정부는 10번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가 5년간 400조원 가량 늘었다.
이처럼 추경은 편성할 때는 자금이 풀려서 당장 좋을 수 있지만, 결국 국가채무가 쌓이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각종 감세정책도 병행하고 있어 국가채무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물가가 심각한 상황인데 추경으로 돈이 풀리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에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수긍하면서 현 시점이 위기 상황인지는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재정분야 전문가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나 재해 등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위한 추경은 필요할 수 있다"며 "다만 현시점이 난방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을 편성해야 되는 것인지는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