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뉴스1) 한병찬 기자 = "아파트만 다르지 똑같은 참사거든요"
포항 남구 오천읍 S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여·66)의 사위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6일 오후 3시45분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S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서 실종자 8명이 한 번에 발생한 남구 인덕동 W아파트와 도보로 10분 거리다. S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A씨가 유일하다. A씨 가족을 덮친 사고는 '숫자'의 크기 뒤에 가려졌다.
A씨 사고는 W아파트와 닮아있었다. A씨는 오전 6시30분 차를 고지대로 옮기라는 아파트 안내방송을 듣고 남편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남편은 1층에 주차한 차를 무사히 이동시켰지만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A씨는 갑자기 불어난 물살에 지하 1층에서 실종됐다.
사위 B씨(40)는 장모인 A씨와 마지막 통화 당시를 떠올렸다. B씨는 "장모님이 '차에 물이 들어온다. 차를 두고 걸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며 "이 전화를 끊고 5분 뒤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 계속된 재난 대비 예고에도 컨트롤타워는 부실했다. 힌남노가 포항을 할퀴고 빠져나간 뒤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고가 접수되면서 A씨 구조는 뒤로 밀려났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사고 당일 B씨가 포항소방서에 구조를 요청하자 "인력이 부족하다"며 "시청에 연락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포항시청에 연락하자 시청 관계자는 "담당자가 회의 중"이라며 오천읍 사무소에 연락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오천 읍사무소마저 양수기를 직접 가지러 오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190여명의 인원과 50대 이상의 장비가 투입되고 정치권의 관심이 쏟아졌던 W아파트 대응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유족들은 초동 대응만 서둘렀다면 A씨가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B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찬물은 성인 남성 가슴까지밖에 안 됐다"면서 "처음 신고를 했을 때 구조 대원이 조금이라도 빨리 왔으면 장모님이 살아계시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A씨의 지인 황모씨(40)는 "비슷한 주차장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인데 실종자가 1명이라고 관심을 안 가지는 건 이상하다"며 "8명이 실종된 옆 아파트는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이 왔다 갔는데 우리는 포항시에서 사망한 것조차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실종 전까지도 "태풍인데 너희들 집은 괜찮냐"며 자식 걱정을 했던 다정한 어머니이자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장모님이었다.
오전 7시2분 실종 전 마지막 통화를 했던 사위는 "마지막 통화에서도 장모님은 자신은 괜찮다며 자식 걱정을 하셨다"고 말했다.
아직도 가족들의 시간은 태풍이 오기 전에 멈춰 있다.
C씨는 사고 전 엄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엄마가 '딸, 태풍 잘 대비하고 태풍이 지나가면 보자'고 했는데"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