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절독감처럼 되기 어려운 이유

입력 2022.07.30 05:07수정 2022.07.30 10:16
코로나19, 계절독감처럼 되기 어려운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형도.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4차 접종이 확대되면서 '지긋지긋하다' '독감처럼 공존하는 상황은 언제가 되는 것이냐'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치명률이 독감과 비슷해지고 겨울을 앞두고 한 해에 딱 한번만 예방주사를 맞으면 안심이 되는 코로나19의 엔데믹(독감같은 계절성 풍토병화)은 언제나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백신과 치료제로 현재의 치명률을 조금만 더 내리면 독감 수준의 치명률로 내려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독감처럼 1년에 1번 맞는 접종 정례화는 아직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어떤 변이가 나타날지 모르고 전파력이 매우 높아 독감과는 여러모로 다르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치명률, 독감에 가까워…1년에 1번 백신 정례화는 아직

29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는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0.06%(6월 치명률)인 코로나19 치명률이 4차접종과 치료제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0.05%나 그 밑으로 떨어지면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추구하는 멈춤 없는 일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브리핑에서 임을기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독감과 같은 식의 체계 전환이나, 1년에 1번 백신을 맞는 것은 당분간은 힘들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코로나19가 계절성이 없고, 변이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백신 지속 기간이 짧아서라는 것이다.

어째서 어떤 바이러스는 풍토병이 되고 어떤 것은 되지 못하는 것일까. 감기와 독감은 계절성이 있는데 코로나19는 왜 계절성이 없다는 것일까. 독감은 백신이 있는데 왜 감기는 없는 걸까.

어떤 바이러스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키려면 전파력도 좋으면서 독성(치사율)도 지나치게 높아서는 안된다. 전파시키기 전에 숙주가 사망해버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최대 목표는 증식이기에 대체로 독성이 강한 쪽보다는 전파력이 강한 쪽으로 진화하면서 엔데믹이 된다.

다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경우는 전파력이 낮은데(기초감염재생산지수 0.4~0.9) 중동의 풍토병이 되고, 에볼라 출혈열(1.5~2.5)도 아프리카의 풍토병이 됐다. 메르스같은 경우 낙타로부터, 에볼라는 박쥐나 원숭이, 고릴라 등 그지역의 특징적인 동물로부터 계속 바이러스가 옮겨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기는 어떨까. 감기는 네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해 라이노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바이러스가 너무 많아 백신을 만들 수 없을 정도다. 감기의 감염재생산지수는 2~3 정도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데 이의 감염재생산지수는 1.28에 불과하지만 바이러스 변이가 워낙 잦아 전세계적인 풍토병이 됐다. 감기나 독감 모두 겨울에 많이 걸리기에 계절성이 있다고 본다. 독감 바이러스는 그해에 어떤 종류가 유행할지 조합을 예측해 백신을 만들어 보급하지만 예상이 빗나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단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 나오면서 엔데믹이 될 수 있었다.

◇ BA.5 감염재생산지수 18.6…시도때도 없이 걸린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병보다 전파력이 높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BA.5의 경우 감염재생산지수를 18.6 정도로 본다. 코로나19는 너무 전파력이 좋다보니 전파에 유리한 계절을 따질 것 없이 시도때도 없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유행양상은 면역력 감소에 따라서 약 6개월에 한번씩 유행하는 것 같다"면서 "남반구 상황을 부면 계절성 성향이 약간은 있지만 독감처럼 일년에 한 번 (겨울에) 유행하거나, 그런 규칙적 양상으로 당장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탁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절독감처럼 일년에 한 번 유행하는 병이 될 거라고 생각할 근거는 사실은 없다"면서 "추워질 때 더 많이 감염이 되는 건 맞는데, 그게 다른 인구집단의 면역상태나 이런것들 하고 연관이 되기 때문에 계절성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계절성이 없어도 엔데믹이 될 수 있을까. 백 교수는 아프리카 등의 많은 병이 계절에 관계없이 걸리는 풍토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코로나19는 이미 엔데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화한 양상만을 보면 코로나19의 경우 다른 바이러스보다 변화가 크지 않다. 코로나19 유행 시작점이 된 우한 바이러스에서 많이 바뀌지 않았고 이에 따라 기존 백신도 아직 효용을 갖고 있다"면서 "독감 백신보다 코로나19 백신이 더 잘 듣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변이 잘 일어나지 않는 부분 타깃 '범용 코로나19 백신' 필요

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 바이러스(유전정보를 DNA가 아닌 RNA에 담고 있는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아 현재의 백신이 언제까지 일부라도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백 교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백신의 유효 기간은 짧다"면서 백신치료제나 범용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신치료제(항체치료제 제외)는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요한 효소를 없애버리기에 변이가 일어나도 상관없이 쓸 수 있다.
또 "아울러 변이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부분을 백신의 타깃으로 한 백신을 만들면 변이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범용 코로나백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범용 백신이 개발되거나, 진화에 관한 정보가 더 축적되어 독감처럼 예측가능한 상황이 되면 예방접종을 1년에 한번 맞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단 "계절성은 없기에 독감처럼 겨울을 앞두고 맞는 게 아니라 개인마다 다른 시기에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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