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이장호 기자 = 아내를 트랙터로 치어 숨지게 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한 혐의를 받는 남편이 2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이정환 정수진)는 2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78)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씨가 조현병으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1심 형을 또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30일 인천 남동구의 한 이면도로에서 트랙터를 몰다가 후진해 뒤따라 걸어오던 아내 A씨(73)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정씨는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사고로 A씨가 다쳤다고 신고했다. A씨는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정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실수로 A씨를 들이받아 사고가 난 것처럼 진술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혐의로 입건됐다.
하지만 사고 뒤 현장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정씨의 놀란 기색 없는 태도에 수상한 점을 느낀 경찰은 보강수사로 정씨의 범행을 밝혀냈다.
경찰은 CCTV와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정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정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최초 진술과 달리 "사고 당일 아내와 다퉈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아내를 트랙터로 들이받았다"면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정씨가 피해자와 감정적으로 갈등이 지속된 상황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녀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고령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 여러 정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