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연구진 "돼지와 사람 모두를.."

입력 2020.07.01 07:20수정 2020.07.01 10:42
무섭네 진짜..
중국발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연구진 "돼지와 사람 모두를.."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중국에서 유행중인 변종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킨초우 챙 영국 노팅엄대학 교수와 중국농업대학(CAU) 학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돼지들이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으며 최근 보고된 바이러스는 인간으로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는 같은 날 중국 내 돼지 바이러스의 유행 가능성을 언급하며 동일한 돼지가 여러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바이러스 사이에 '유전자 재배열' 또는 '유전적 재편성'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유전자를 도입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유전자 재배열은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복제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르지만 유사한 바이러스간 핵산이 교환되는 경우를 일컫는데 이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바이러스의 유전적인 변이 과정의 주요 원리 중 하나다.

◇돼지 인플루엔자,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 있어…면밀한 감시 필요해

연구에 참여한 중국 국립과학원은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를 'G4 EA H1N1(이하 G4)'로 명명했다.

G4 바이러스는 유럽과 아시아 조류에서 발견되는 균주와 지난 2009년 대유행을 일으켰던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및 조류 그리고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를 갖고 있는 북미 H1N1 바이러스의 3가지 선종이 독특하게 혼합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이 특히 우려했던 부분은 G4 바이러스의 주요 유전자 중 일부는 인체가 면역성이 없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사람에게 감염돼 전염성이 확인될 경우 새로운 백신이나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병원균을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자인 에드워드 홈즈 시드니대학 교수는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들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상황을 분명하고 면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7년간 돼지 3만마리 이상 검사…바이러스 중국 전역에서 발견돼

이에 중국 농업대학(CAU) 연구팀은 유행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잠재적 변종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중국 10개 지방 도축장에서 돼지로부터 채취한 코 면봉 3만개와 대학 동물병원에서 관찰된 호흡기 증상이 있는 돼지로부터 채취한 코 면봉 표본 1000개를 추가로 얻어 분석했다.

2011년에서 2018년 사이에 채취된 면봉은 모두 179종에 달하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그중 대다수는 G4 또는 유라시아 조류독감 혈통에서 나온 서로 다른 5개의 G바이러스 변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G4 바이러스는 2016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적어도 10개 성에서 유행중인 돼지 인플루엔자 중 주요 바이러스 유전자형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15개의 다른 양돈 농가에서 채취한 300개의 샘플에서 G4 바이러스에 대해 항체를 갖고 있는 표본은 10.4%에 그쳤다.

이는 바이러스가 이미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의 주 저자인 쑨 홍레이 CAU 교수는 "G4바이러스의 유전자에 2009년에 유행했던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들어갔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도록 적응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돼지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돼지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인플루엔자는 종종 보고됐으나 대부분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력은 없었다. 지난 2016년과 2019년에 G4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감염된 사례가 2차례 보고됐으나 다른 사람으로 전염되진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돼지 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을 연구하는 진화 생물학자인 마사 넬슨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는 "이번 변종이 전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 중국에서 사육중인 5억마리의 돼지 중 극히 낮은 비율의 표본이라 실제로 바이러스 확산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는 이유다.


◇실험실서 기도세포에 감염성 확인…이미 일부 사람에 전파 가능


하지만 넬슨 박사는 "2009년 처음으로 H1N1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사람에 대한 감염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되기 전까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위험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논문을 쓴 쑨 박사와 조지 가오 중국 질병관리본부 소장 등 연구진은 G4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의 기도 상피 세포를 감염시켜 복제하는데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실 연구에 대한 논문을 작성 중이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 독감 인플루엔자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족제비과 동물인 페럿 실험에서 쉽게 감염되고 전염된 것을 확인했다.
연구원들은 또한 230명을 대상으로 실행한 가계 조사를 통해 4.4%에서 G4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중국의 일부 사람들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농장과 그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감시를 강화하는 것 외에도 돼지와 사람 모두를 위해 G4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