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거 간접흡연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흡연부스'는 밀폐된 형태로 인해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며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4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등에 따르면 흡연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슈가 됐다. 가뜩이나 건강에 해로운데다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공개되서다.
여기에 흡연부스로 대표되는 좁은 공간에 모여 담배를 태우면서 2m 이상 거리 유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총 28만5488개소다. 어린이 놀이시설이나 대형 사무용 빌딩등 실내 공중이용시설을 비롯해 지하철 출입구나 버스정류소 주변 등을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2023년 모든 건축물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해 흡연자들은 더욱 갈 곳을 잃을 전망이다.
이에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별도의 흡연 공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흡연자들은 "가뜩이나 갈 곳이 없는데다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따로 모여 태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비흡연자들도 "간접 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따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흡연부스'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출입구 외에는 모두 막힌 밀폐형 흡연부스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가 부스에서 뱉는 등 비말(침방울)에 의한 감염경로를 가진 바이러스의 전파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대한금연학회도 공동성명을 내고 "흡연부스는 밀폐된 공간이므로 코로나19 무증상자들이 이용할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큰 공간"이라며 "대중이 많이 모이는 밀폐된 흡연부스는 가능한 한 피하라"고 권고했다.
흡연부스는 지난 2015년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흡연자들의 흡연권 보호 차원에서 확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이후 각 자치구에서 구민 정책 차원으로 흡연부스 설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자치구들은 흡연부스의 효용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감염을 걱정해)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며 "앞으로 새로운 흡연부스 설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시가 2017년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쇄형 흡연시설물(흡연부스)는 설치가 불가하다고 돼 있다"며 "많은 연구결과에 나온 것처럼 밀폐된 흡연부스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바람직한 형태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