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이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슈퍼카 브랜드들의 판매량은 껑충 뛰었다.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가격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성장세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24만4708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6만705대) 대비 6.1% 감소한 수치다.
수입차 시장은 지난 2016년 디젤게이트 때 22만5279대로 밀린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에는 26만대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상반기 인증 지연에 따른 물량 부족, 하반기 일본차 불매운동 여파 등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자동차 시장 불황 속에서도 슈퍼카 또는 럭셔리카로 불리는 최고급 수입차 브랜드들은 급성장했다. 특히,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슈퍼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 173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량이 11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람보르기니가 한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100대를 넘은 것은 지난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전체 판매량은 람보르기니가 지난해 5월 출시한 자사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르스'가 견인했다. 우르스는 1~11월 기준으로 봤을 때 총 91대가 팔려 전체 판매의 6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우르스의 판매 시작가격은 2억5000만원이다. 또 우라칸 퍼포만테(3억7569만원), 우라칸 퍼포만테 스파이더(4억1423만원) 역시 각각 23대, 11대 판매됐다.
판매량 증가로 한국은 람보르기니의 중요 시장이 됐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람보르기니 서울 전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람보르기니를 판매한 단일 전시장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람보르기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방한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잠재성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최저가 모델 가격이 4억원대에 이르는 슈퍼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연간 161대 판매하며 전년 대비 30.9%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 2018년 123대로 한국 시장 진출 역대 최고실적을 1년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롤스로이스의 판매량 역시 지난해 초 출시된 자사 최초의 SUV 컬리넌이 견인했다. 1~11월까지 컬리넌(4억7600만원)은 55대로 전체 판매 비중의 약 37%를 차지한다.
2018년에는 고스트(4억3700만~5억700만원)와 레이스(4억2700만원) 등 판매량이 42대, 31대로 가장 높았는데 지난해에는 컬리넌이 가세하며 판매 호조를 보였다. 판매 시작가가 가장 비싼 모델인 팬텀 EWB(7억4000만원)도 11월까지 6대나 팔렸다.
롤스로이스측은 "기존에는 남성고객층, 연령대도 50대 비중이 높았지만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여성 및 40대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는 지난해 연간 4204대 판매하며 전년 대비 판매량이 1.9% 줄었다. 하지만 고성능 슈퍼카 시장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실적으로 한국 진출 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던 2018년(4285대)과 근접한 판매 기록이다.
특히 SUV '카이엔'은 11월까지 전체 판매의 절반가량인 총 2154대가 판매됐다. 카이엔은 SUV로 제작됐지만 고성능 스포츠카로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강력한 성능으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불황인 상황에서도 이를 비웃듯 질주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보다 희소성 있는 차를 통해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차들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희소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럭셔리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고 내다 봤다. 실제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의 공식 수입원 FMK 자체조사 결과, 마세라티 구매자의 51%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벤츠·BMW·아우디) 차량을 보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벤츠가 8만대 가까이 팔리는 등 이제 수입차 시장에서 프리미엄차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최고급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경향이 국내 경기와는 무관하게 최고급 차량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