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가 접신했다는 무당 유튜버의 영상에 네티즌들이 분개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는 “무당에게 설리 영혼이 접신해 자살 이유와 죽기 전 못다 한 심정을 말해줬다”는 내용의 영상이 게재됐다. 편집자는 “영상의 내용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무당 선생님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영상 속 자신이 무당이라고 주장한 여성은 종과 부채를 흔들며 "할머니가 보고 싶다", "내가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았다. 나는 혼자였다"라는 등 발언을 이어갔다. 여성이 말을 이어가자 ‘설리 영혼 접신하여 말 전하는 중’이라는 자막이 게시됐다.
해당 영상의 설명 란에는 “설리 양이 무당의 몸을 빌어 못다한 말을 전해 원혼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만들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현재 해당 영상 원본은 삭제됐지만 영상 캡처본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며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사탄보다 더 심각하다”,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냐”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인의 죽음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설리 #설리유서 #설리빈소 등 영상 내용과 무관한 해쉬태그도 달려있었다.
해당 영상을 게시한 유튜버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해당 영상이 안 좋은 방향으로 이슈화가 돼 (영상을) 내렸다. 고인과 관련한 문제이기에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라고 전했다. 영상 속 등장한 무당도 “현재 상담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통화가 어렵다”라며 영상 관련 언급을 피했다.
한편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자살보도권고기준 3.0>을 통해 ▲기사 제목으로 ‘자살’ 대신 ‘사망’, ‘숨지다’ 표현 사용 ▲구체적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보도 지양 ▲관련 사진 및 동영상 사용 유의 ▲자살 미화, 합리화 지양 및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와 예방정보 제공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 사생활 존중 등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원칙은 비단 언론 뿐만 아니라 유튜브, SNS 등에도 적용된다. 예방센터 측은 자료를 통해 "인터넷 방송, 1인 방송 등에서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