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77억 들인 '공공 와이파이' 버스 타보니 첫날부터 '먹통'

입력 2019.05.02 07:00수정 2019.05.02 10:38
와이파이가 제대로 터진 버스는 단 1대도 없었다
혈세 77억 들인 '공공 와이파이' 버스 타보니 첫날부터 '먹통'
77억원의 예산을 들인 버스 공공와이파이가 정식 서비스 첫날부터 '먹통'이다. 일반 와이파이에 접속하니(왼쪽) '404 에러'가 뜨고 고품질 와이파이(가운데)는 이렇다할 안내문도 없이 생소한 '인증절차'를 요구했다. © 뉴스1 박병진 기자
혈세 77억 들인 '공공 와이파이' 버스 타보니 첫날부터 '먹통'
'공공와이파이 버스'임을 나타내는 홍보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너무 작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 뉴스1 박병진 기자
혈세 77억 들인 '공공 와이파이' 버스 타보니 첫날부터 '먹통'
버스 공공와이파이 홍보 스티커 (과기정통부 제공) © 뉴스1
5월부터 전국 시내버스 4200대에 공공와이파이 터진다더니…
NIA "KT 인증 서버 오류로 접속장애…복구 완료" 해명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5월부터 버스 공공와이파이 무료로 이용하세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전국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시내버스 4200대에 공공와이파이를 도입한다는 희소식에 1일 직접 체험에 나섰다.

그런데 '공공와이파이 버스'를 찾는 것부터 난제다. 정부가 전국 4200대라는 숫자만 공개했을 뿐 당장 '몇번 버스'를 타야 공공와이파이가 무료로 터지는지 알 도리가 없다.

서울 시민의 '민원 해결사' 다산콜센터가 떠오른다. 수차례 전화 연결 끝에 서울의 경우 13개 노선에 270대의 공공와이파이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답을 얻는데만 30분이 걸렸다.

해당 시내버스 번호는 1014번, 110A번, 110B번, 2211번, 2230번, 272번, 143번, 5617번, 5619번, 5620번, 5621번, 9404번, 남산 순환버스 03번 등이다.

다행히 143번이 근처에 있어 탑승에 성공했다. 기자는 143번이 공공와이파이 버스라는 것을 알고 탔지만 일반인들은 과연 이 사실을 알기나 할까? 공공와이파이 버스임을 나타내는 홍보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너무 작다. 인터넷에 노선 정보가 없는 이상 홍보 스티커는 승객들이 자신이 타는 버스가 공공와이파이 버스인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가 직접 타본 공공와이파이 버스는 총 4대. 결론부터 밝히면 와이파이가 제대로 터진 버스는 단 1대도 없었다.

버스 공공와이파이는 두 종류다. 이름(식별자·SSID)에 '프리'(Free)가 붙는 일반 와이파이와 보안이 강화되고 속도도 빠른 고품질 '시큐어'(Secure) 와이파이.

버스를 타고 먼저 일반 와이파이에 접속해 보니 '버스 공공와이파이 이용하기'란 페이지가 떴다. 정부의 홍보대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써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안내 대로 버튼을 누르니 연결됐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먹통이었다. 'HTTP Status 404 - Not Found'라는 오류 메시지가 나올 뿐이다. 웹 서버가 링크를 찾을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일명 '404 에러'다.

이번에는 고품질 와이파이에 연결해보기로 했다. CA 인증서를 선택해야 한다는 설정 창부터 떴다. CA 인증서가 뭔지 몰라 당혹스러웠다. 아이디(ID)와 비밀번호도 입력해야 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버스를 둘러봐도 별다른 안내문은 없었다.

홍보 스티커를 보니 다행히 고장신고 번호가 있다. 하지만 문자만 보낼 수 있어 실시간 문제 해결은 불가했다. 기자가 신고 문자를 남긴 지 정확히 1시간55분 만에 답장이 왔다.

"현재 서비스 장애로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조속히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 시행 첫날부터 접속장애가 확인된 셈이다. 과기정통부에 문의해보니 고품질 와이파이 접속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경우, 와이파이 설정에서 EAP 방식은 'PEAP' 2단계 인증은 'MSCHAPV2'를 고른 뒤 ID와 비밀번호에 'wifiwifi'를 입력하면 된다고 했다.

복잡한 설명대로 했지만 여전히 먹통이다. 다른 버스는 사정이 다를까 싶어 총 4대의 버스를 탔다 내렸다를 반복해 보고 휴대폰 두대를 번갈아 써봤지만 헛수고였다.

과기정통부와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관계자는 "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자는 KT인데 이날 KT의 인증 서버가 오류를 일으켜 일시적으로 접속이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사고 시점을 파악 중"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와이파이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약속해 온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민들의 통신비 경감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시내버스 4200대에 공공와이파이를 설치하는데 77억원을 썼다. 올해 말까지 378억원을 더 들여 공공와이파이 버스를 2만4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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