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명 썼는데 주가는 폭등?"…151개사 명단 공개되자 난리 난 증시

2026.11.05 10:08  


[파이낸셜뉴스]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장부상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온 상장사 151곳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자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요동쳤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라는 딱지가 붙자 주주환원 확대와 밸류업 압박에 따른 주가 부양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공표 이틀째부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 흐름이 엇갈리자, 증권가에서는 단순 꼬리표에 기댄 추종 매매를 경계하고 실질적 주주환원 여력을 갖춘 종목 중심의 냉정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공표된 저PBR 기업은 코스피 96개사, 코스닥 55개사 등 총 151개사다. 글로벌 산업분류(GICS) 기준으로 최근 6개 반기 연속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지정 대상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상장공시시스템(KIND) 게재는 물론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종목명 옆에 '저PBR' 태그가 내년 5월 4일까지 의무 표시된다.

현대제철·롯데쇼핑 급등 속 '진짜 밸류업' 옥석 가리기 본격화


공표 첫날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151개사 중 76%가 넘는 115개 종목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특히 현대제철(11.61%), 롯데쇼핑(9.28%), 대한해운(9.20%), HL D&I(8.37%), 이마트(7.09%) 등 대형 유통·소재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꼬리표를 떼기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등 공격적인 기업가치 제고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이 총주주환원율 45% 이상을 제시하며 내년 1분기 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고, 무림페이퍼 등 무림그룹 3사도 주주환원율 30% 이상 추진을 공식화하는 등 선제적 행동에 나선 기업도 등장했다.

그러나 '반짝 급등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공표 이튿날인 3일에는 상승 종목이 45개사로 급감하고 97개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승폭을 유지했으나, 명단 내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형주와 거래량이 부족한 종목들은 상승분을 대거 반납하며 '가치 함정(밸류 트랩)'의 위험성을 드러냈다.

실제로 명단에 포함된 코스피 96곳 중 철강·화학을 포함한 소재(23곳)와 건설이 포함된 산업재(22곳)가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 업종은 만성적인 업황 침체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자체 현금 창출 능력이 제한적인 곳이 대다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지주회사(17곳) 역시 자회사 중복 상장 할인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단순 배당 확대만으로 저평가 굴레를 벗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자사주 살 돈 없으면 '가치 함정' 주의"


지난 3월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 발표 당시에도 DL(44.7%), 한신공영(37.4%) 등 저PBR주가 단기 급등했으나, 업황 회복이 뒷받침되지 못하자 결국 공표 직전까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압박에 따른 '네이밍 앤드 셰이밍(명단 공개를 통한 망신 주기)' 효과가 기업의 주가 부양 노력을 이끌어내는 계기는 될 수 있지만, 주가의 지속성은 결국 '실질적 주주환원 재원'과 '본업의 이익 회복'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대비 2026년 이익 성장이 가시화되거나, 자본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반등 국면에 진입한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안타증권은 이익 성장을 바탕으로 주가 부양 여력을 갖춘 종목으로 현대제철, 한화생명, 롯데쇼핑, DL, 대한해운 등을 꼽았으며, 삼성증권은 ROE 개선 추세에 따른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유망주로 롯데쇼핑, 한화생명, DSR제강, 현대차증권, 종근당홀딩스 등을 제시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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