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직장인들이 극단적인 생활비 절약에 나서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융자산 평가손실까지 겹치자 외식과 소비를 줄이고 주말 아르바이트로 메우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및 긴축)' 양상이 일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증시 하락에 '역자산 효과'... 소비 심리 위축
29일 국가데이터처의 '나우캐스트(Nowcast) 지표'에 따르면 10월 2주차(3~9일) 신용카드 식당 이용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다. 지난 7월 말 이후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소비 심리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는 증시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가 꼽힌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22일 기록한 최고점 9114.55에서 10월 26일 5469.47로 4개월 만에 약 40% 폭락했다
직격탄을 맞은 2030 세대를 중심으로는 월세·관리비 등 필수 고정비를 제외하고 변동 지출을 0원으로 만드는 '무지출 챌린지'가 번지고 있다.
"일주일 생활비 2만원... 탕비실 커피로 버틴다" 직장인 글
직장인 김모(26)씨는 최근 일주일 생활비 한도를 2만 원으로 설정했다. 김씨는 "주가 급락으로 두 달 치 월급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며 "티끌이라도 모아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마음에 도시락을 싸고 탕비실 커피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오픈채팅방에서는 지출 내역을 상호 감시하는 '거지방'과 저가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거지맵' 이용이 급증했다.
절약을 넘어 추가 근로로 자산 손실을 메우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반도체 대형주를 고점에 매수했다가 최근 손절매한 직장인 김모(31)씨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상황에서 투자 실패까지 겹쳐 지난 주말 쉬는 날을 반납하고 물류센터 일일 아르바이트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하거나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청년층의 부실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
2030세대 신용거래융자 올 4조 넘어... 레버리지에 직격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24년 말 1조7607억 원에서 지난 6월 말 4조1943억 원으로 불과 1년 6개월 만에 2.4배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3월 개인 투자자 계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20~30대 신용거래융자 이용자의 손실률은 약 18%로, 미이용자(약 7%) 대비 2.5배 이상 높았다.
고위험 파생상품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레버리지 ETF 투자로 원금을 크게 잃은 직장인 박모(29)씨는 "생활비를 아낀다고 손실을 메울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지출 통제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속 무리한 차입 투자가 가계 재무 건전성 악화와 민간 소비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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