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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천석중'이라는 새 이름 얻었죠"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천석중 역 권력 최상층서 바닥으로…"흐트러지고 싶지 않았죠" '더 글로리' 하도영 이미지 고민…"이젠 피하지 않아요" "정규직 됐지만 '정년퇴직' 걱정…불안함이 원동력"

2026.10.05 06:01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예전에는 길을 가면 '하도영이다'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천석중이다'라고 해주세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하도영 이후 천석중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준 작품이죠."

배우 정성일(46)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가 남긴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시즌1 이후 9년 뒤인 1979년 10·26 사건부터 12·12 군사반란 사이의 시점을 다룬다. 절대 권력의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정점으로 향하는 '백기태'(현빈)의 위태로운 욕망을 그렸다.

정성일은 작품을 마무리한 소감에 대해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과 만날 수 있었는데 헤어져야 한다니 섭섭한 게 가장 컸다"며 "더 오랜 시간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제일 아쉬웠다"고 했다.

정성일은 두 시즌 동안 권력의 2인자 천석중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천석중은 겉으로는 절제된 태도를 보이지만, 내면에는 정점을 향한 야망과 집요한 생존 본능을 지닌 인물이다.

시즌1에서는 냉철한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시즌2에서는 군부에 밀려나 권력의 최상층에서 바닥까지 곤두박질친다. 하지만 끝까지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시즌1에서는 말 한 마디만 던져도 다른 인물들의 반응이 천석중의 무게를 잘 보여줬다. 거기서 저까지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과하다고 생각해 절제하고 자제했다"며 "시즌2에서는 최대한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무너지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처음 천석중 역을 제안받았을 때는 망설였다.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였다.

그는 "'더 글로리' 이후 초반에는 의식적으로 피했던 것 같다. 들어오는 작품의 인물들이 다 하도영과 비슷한 결이다 보니 많이 거절했다"며 "비슷한 정장을 입고 무게감을 잡아야 하는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다른 모습을 선호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우민호 감독에게 사투리 설정을 제안했다. 꼿꼿한 이미지의 권력자 천석중이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하도영과는 다른 캐릭터가 완성됐다. 그는 "인물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시 권력층에는 경상도 사람들이 많았다. 대구 출신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도 흔쾌히 좋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사투리 연기 준비 과정에 대해 "대구에 가서 친구들이랑 한동안 같이 있었다. 밤이고 낮이고 친구들과 전화했다"며 "저도 까먹은 단어가 있었서 확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하도영의 이미지를 피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하도영이라는 캐릭터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인물이 있을까'라는 기준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며 "대중이나 관계자들이 원하는 모습이 저의 그런 모습이면 그걸 굳이 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백기태로 열연한 현빈에 대해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현빈 배우의 연기 덕분에 9년이라는 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보냈구나 이해하게 된 것 같다"며 "현장에서도 많이 의지했다. 자신이 해야 할 것과 그 이상의 것을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일은 오랜 무명 생활에 벗어난 자신의 상황을 '정규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정규직이 됐지만 불안한 감정은 지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작품 수도 줄고, 작품을 못 하고 쉬고 있는 배우들도 많다. 작품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정규직이어도 늘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규직이 됐으면 만족하고 안도해도 되는데 '정년퇴직은 언제일까'라는 걱정이 있다"며 "그런 불안함이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했다.

정성일은 안주하지 않고 꿈을 그려 나가고 있다. 그는 "죽기 전에 꼭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며 "이루어지지 않을지언정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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