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짜 무속인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66억 횡령…법원이 내린 최종 판단

횡령 혐의 1심 징역 3년→2심 징역형 집행유예
法 "8년간 가스라이팅 상태·반성 등 고려" 감형

2026.10.04 09:01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가상의 무속인 행세를 한 이들에게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당해 회삿돈 약 66억원을 빼돌려 바친 전기용품 제조업체의 전직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사진은 법원 로고. 2026.10.04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가상의 무속인 행세를 한 이들에게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당해 회삿돈 약 66억원을 빼돌려 바친 전기용품 제조업체의 전직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1부(부장판사 김인겸·성지용·전지원)는 최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A(48·남)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의 실형을 집행유예로 감형한 것이다. 피고인과 검사 양측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2019년 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전기용품 제조업체의 자금 65억8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7년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다른 학부모인 장모씨, 심모씨와 가까워졌다. 장씨와 심씨는 A씨에게 '고위층의 사주를 봐주는 유명 무속인이 있다'며 일명 '조말례'라 불리는 무속인을 소개해 줬다.

A씨는 조말례가 문자메시지로 큰아들의 건강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행세하자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조말례는 장씨와 심씨가 가짜로 무속인인 척 행세했을 뿐 가상의 인물이었다.

장씨와 심씨는 조말례의 지시라고 하며 A씨에게 '제단에 바칠 돈이 필요하니 회사에서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A씨는 이사회 승인 절차를 무시한 채 '급하게 쓸 돈이 필요하다'며 회사 자금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해 장씨와 심씨에게 송금했다.

1심은 "회사 자금 관리 등 소정의 역할을 다했어야 하는 A씨가 무속인의 지시라는 공범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추종해 1년 이상 66억원 상당의 거액을 횡령한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질타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으나,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약 8년 동안 심리적으로 철저하게 지배된 상태에서 이 사건 횡령 범행으로 나아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경위는 형을 정함에 있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장씨, 심씨에 의해 소위 가스라이팅 당했단 사실을 인지하게 된 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수차례 작성해 제출했다"면서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가 원심에서 자신이 보유한 회사의 주식을 대물변제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입은 피해를 충분히 보전했고, 항소심에 이르러 보유하던 다른 주식을 처분해 회사에 추가적인 금원을 지급한 것 역시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회사 역시 A씨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여러 번 표시했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어 재범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도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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