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손녀 키운 값 내놔"...친아들에 양육비 청구한 모친, 결과는

중국 법원, 양육비 소송 60대 여성 승소 판결
'가족의 헌신'으로 여기던 황혼육아 인식 변화

2026.09.09 10:19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15년간 홀로 손녀를 도맡아 키운 60대 여성이 친아들을 상대로 수천만 원대 양육비 청구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졌다. 전통적인 '가족의 헌신'으로 여겨졌던 조부모의 황혼 육아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할 '돌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쑹장구 인민법원은 60대 여성 쉬 모 씨가 아들 량 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36만 위안(약 7200만 원) 규모의 양육비 청구 소송 조정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혼 후 아들과 함께 살던 쉬 씨는 2014년 아들마저 이혼하자 당시 4세(2010년생)였던 손녀를 사실상 전담해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아들은 재혼과 함께 새 아내와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갔고, 손녀의 양육 부담은 고스란히 쉬 씨에게 남겨졌다. 쉬 씨는 일상적인 돌봄뿐 아니라 생활비와 병원비, 교육비 등 경제적 비용까지 15년 동안 홀로 감당해야 했다.

한계에 다다른 쉬 씨는 "아들이 아버지로서의 부양 의무를 저버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은 "당시 월급이 3000위안(약 60만 원)에 불과해 형편에 맞춰 보조해 왔다"고 맞섰으나, 법원은 조정 끝에 아들이 어머니에게 20만 위안(약 4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중국에서 조부모가 장기간 손주를 돌본 뒤 자녀를 상대로 양육비나 돌봄 비용을 청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이징에서도 한 노부부가 손녀가 한 살 때부터 든 양육비를 이유로 아들·며느리에게 32만 위안(약 6400만 원)을 청구한 소송이 공개된 바 있다. 최근 후난성에서는 아들의 자녀를 돌보던 59세 여성이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로 6개월 만에 체중이 20kg 빠지고 불안장애 진단을 받는 등 조부모의 육체적·정신적 고통도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과거 대가족 중심 사회였던 중국에서는 조부모의 육아 지원이 세대 간 상호부양의 일환이자 자연스러운 희생으로 통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 공공 보육 인프라 부족이 겹치면서 조부모에게 육아 부담이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부모가 도시로 돈을 벌러 떠나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을 조부모가 전담하는 문제도 여전하다.

SCMP는 "과거에는 손주 돌봄을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으로 치부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경제적 가치가 매겨져야 하는 실질적 노동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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