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내 얼굴 훔치더니..." 미성년자 얼굴로 애정신까지 찍은 아바타 논란

2026.05.09 05:30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SF 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캐릭터 '네이티리'의 외형을 만들기 위해 당시 14세였던 원주민 출신 배우의 얼굴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소송에 휘말렸다.

6일(현지시간) BBC,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페루 혈통의 독일 출신 배우 겸 활동가 코리안카 킬처(36)는 전날 캐머런 감독과 디즈니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 및 수익 반환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킬처는 2005년 영화 '뉴 월드'에서 14세의 나이로 포카혼타스 역을 맡아 얼굴을 알린 바 있다.

소장에 따르면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의 주요 캐릭터인 네이티리를 구상할 당시, 미국 LA타임스에 실린 14세 킬처의 사진을 본 뒤 디자인 팀에 그녀의 이목구비를 추출해 캐릭터의 기반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킬처 측은 그녀의 입술과 턱선, 입 모양 등이 네이티리의 최종 디자인에 어떠한 동의나 보상 없이 고스란히 복제돼 상업적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킬처가 도용 사실을 인지하게 된 과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10년 한 행사에서 캐머런 감독과 만난 킬처는 "당신의 아름다움이 네이티리를 만드는 초기의 영감이 됐다"는 친필 메모가 적힌 네이티리 스케치를 선물로 받았다.

당시에는 이를 단순한 호의로 여겼으나, 최근 영화 '아바타: 불과 재'와 관련한 한 인터뷰에서 캐머런 감독이 해당 스케치를 들고 "실제 소스는 사진 속 킬처이며 네이티리의 얼굴 아랫부분은 그녀의 것"이라고 직접 밝힌 영상이 확산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

킬처 측 변호인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이 어린 원주민 소녀의 생체 정보와 문화적 유산을 착취해 기록적인 흥행작을 만들고도 어떠한 출처 표기나 보상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예술적 영감이 아닌 의도적인 상업적 착취"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미성년자의 얼굴을 본뜬 캐릭터가 극 중에서 친밀한 애정신을 연기했다는 점을 들어, 캘리포니아주의 딥페이크 음란물 관련 법률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킬처는 "14살 소녀였던 내 얼굴이 동의 없이 도용돼 디즈니와 캐머런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금, 수익 일부 환수, 그리고 공식적인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1편만으로 전 세계에서 약 29억 달러(약 4조 27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초대형 흥행 프랜차이즈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현재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디즈니 측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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