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저희 병원은 아토피가 진료 과목에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지난 25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8의 인기 코너 '스마일 클리닉'에선 아토피 환자의 진료는 거부하고 미용 시술만 권하는 피부과의 모습을 담은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380만회를 넘길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후 온라인에는 "손에 습진 때문에 갔더니 자기네는 이런 거 안 본다고 피부과 간판 단 병원에서 3군데 연달아 퇴짜 맞았다", "이마가 찢어져 피부과·성형외과 5군데를 돌았는데 전부 담당 의사가 없다더라", "아들이 아토피 때문에 피부과 갔는데 데스크 첫 마디가 '저흰 시술만 한다'였다" 등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잇따라 올라왔다.
피부 질환 안 고치는 피부과
미용 시술만 하고 피부 질환은 진료하지 않는 의원이 많다는 지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피부 진료 1차 의료기관 1만 5000곳 중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은 1516곳(약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전문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나 타 진료과목 전문의 등이 개원한 병원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국내 의료법의 특수성도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과대학 졸업 후 국가고시를 통과해 의사 면허만 취득하면, 종합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등 별도의 임상 수련 기간을 거치지 않아도 곧바로 단독 개원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험난한 전공의 수련 과정을 포기하고 진입 장벽이 낮은데다 수익성이 높은 '피부 미용' 시장으로 직행하는 일반의(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7월 사이 신규 개설된 일반의 의원 176곳 중 146곳(83%)이 진료과목에 피부과를 포함시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선 유발하는 숨겨진 '진료과목'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피부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의원만 '○○피부과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의가 운영하는 병원은 '○○의원' 명칭 뒤에 '진료과목 피부과'를 병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간판이나 외부 광고 시 '진료과목'이라는 글자를 규정보다 작게 하거나 네온사인을 켜지 않아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소비자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일부 의료기관이 전문의가 아님에도 전문의인 것처럼 명칭을 표시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올바른 정보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네 피부 의원들이 미용 시술에 집중하는 주된 원인으로 진료 항목 간 수익성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토피, 습진 등 피부 질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으로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고 진료에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레이저 등 미용 시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대안이 나오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측은 "피부 질환을 단순 미용으로 접근하면 오진이나 부작용 위험이 크다"며 간판 표기 규정을 명확히 하고,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개원할 수 있는 '개원 면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단순 미용 시술에 대한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점 빼기나 단순 레이저 시술 등은 일정 교육을 거친 간호사 등에게 자격을 개방해 미용 의료 시장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의사들이 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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