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억만장자 200명 세금 더 내라"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논란

2026.04.27 14:48  


[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순자산 10억 달러(약 1조 4200억원) 이상을 가진 슈퍼리치 약 200명에게 5%의 부유세를 매기는 이른바 '억만장자세' 법안을 주민투표에 부치기 위한 서명을 확보했다.

서명 150만 돌파… 11월 찬반 투표대 오를 듯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법안(California Billionaire Tax Act)' 추진 측은 최근 150만명 이상의 서명을 확보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시민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법을 만들 수 있는 주민 발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법안 초안을 작성한 뒤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 서명을 모으면, 다음 선거일에 해당 법안을 주민투표 안건으로 올릴 수 있다.

해당 법안이 11월 주민투표 안건에 오르려면 87만4641명 이상의 유효 서명이 필요하다. 카운티 선거 당국이 서명을 검증해 주 국무장관실에 제출하면 오는 11월 3일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찬반 투표가 실시된다. 유권자 과반의 찬성을 받으면 의회를 우회한 채 그대로 법이 된다.

200명에 5% 부유세… 트럼프 의료 삭감 충격 막을 카드


법안의 골자는 2026년 1월 1일 기준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가진 개인에게 5% 부유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자산가 약 200명이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이들이 보유한 재산은 총 2조 달러(약 296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해당 법안은 서비스직원국제노조 서부의료노동자지부(SEIU-UHW)가 주도해 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의료 예산 삭감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조치다.

캘리포니아주 보건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 예산 삭감으로 향후 10년간 메디캐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제도) 캘리포니아판인 메디칼(Medi-Cal)에서 1900억 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48조 확보" vs "오히려 적자"… 세수 전망 정면 충돌


SEIU-UHW는 억만장자세로 향후 5년간 약 10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잔 히메네스 SEIU-UHW 비서실장은 "의료 노동자들은 캘리포니아의 병원과 응급실 폐쇄를 막기 위해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미 의회가 캘리포니아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위기를 만들어냈고, 이 문제는 11월 유권자들이 직접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억만장자들의 이탈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조세재단이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층 이탈과 경제 파급 효과를 종합할 때 매년 35억3000만~44억9000만 달러의 주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제러드 월차크 택스 파운데이션 선임연구원은 "실제 이탈 규모는 공개 보도된 수치를 거의 확실히 넘어설 것"이라며 "법안이 진행될 경우 추가 이탈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는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세수가 추진 측 추정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4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다.

후버연구소의 조슈아 라우 선임연구원은 "이번 부유세는 광고된 만큼의 세수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탈한 자산가들의 소득세 손실까지 감안하면 캘리포니아주가 오히려 재정적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억만장자세' 피하려 벌써 떠난 슈퍼리치들


여론은 억만장자세에 찬성하는 쪽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UC버클리 정부학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유권자 중 과반을 넘는 52%가 억만장자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33%, 무응답은 15%였다.

다만 부유층 이탈 가능성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캘리포니아는 소득세 수입의 약 40%를 상위 1% 납세자가 부담할 만큼 슈퍼리치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그런 만큼 일부 자산가의 이탈만으로도 세수에 적잖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조차 이번 부유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부유층이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있다"며 "(이 법안은) 추가적인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법안의 적용 기준일이 2026년 1월 1일로 못박히면서 일부 억만장자는 이미 주를 떠났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트래비스 칼라닉 전 우버 최고경영자(CEO) 등 최소 6명 이상이 마감 전 캘리포니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지난 2월 "법안 발표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빠져나간 자산이 7000억 달러를 넘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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