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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원을 무이자로? 국세청 걱정 없이 부모찬스 쓰는 법

2026.02.08 05:00  


[파이낸셜뉴스] 60대 A씨는 최근 서울에 아파트를 사려는 30대 아들에게 5억원을 빌려주려고 한다. 증여세 부담이 있어 차용증을 쓰고 ‘무이자 대여’를 고민 중이다. 주변에서는 아들이 부모님께 각각 돈을 나눠 빌리면 절세 측면에서 더 안전하다고 한다. 정말 세금 문제 없이 수억 원을 빌려줄 수 있는지, 혹시 가족법인을 활용하면 더 유리한지 궁금해 세무 상담을 신청했다.



8일 BDO성현회계법인에 따르면 과세당국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 금전 거래를 '증여'로 여기고 지켜본다. 합법적인 '차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차용증 작성 뿐만 아니라 실제 이자 수령과 원금 상환까지 미리 계획을 세워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 자식 간 금전 대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1000만원'이라는 기준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줄 때 생기는 이자 이익이 연간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이때 세법에서 정하는 적정 이자는 당좌대출이자율(4.6%)을 적용한다. 무이자로 대여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억1739만원으로 계산된다.

그렇다면 A씨가 5억원을 아들에게 빌려주는 경우 무조건 증여세로 과세되는 걸까. 5억원을 아무런 이자 없이 빌려준다면, 4.6% 이자율을 적용했을 때 자녀가 얻는 이익을 연간 2300만원으로 계산한다. 이 금액은 100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증여세가 과세된다.

'1000만원'이 공제액이 아니라 일종의 '과세 문턱'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녀가 얻는 이익이 1000만원을 넘는 순간 이자 이익 전체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된다. 따라서 이자 이익이 1000만원 이하가 되도록 최소한 연 2.7% 이상의 이자를 실제로 상환하도록 한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증여 시점과 대출 기간에 대한 규정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 세법은 대출받은 날을 증여 시기로 보고, 대출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 만약 대출 기간이 1년을 초과했다면, 매년 1년이 되는 날에 이자 이익을 새로 계산해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증여일부터 1년 내에 동일한 거래가 있으면 합산해 1000만원 기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대출 기간이 길어지거나 추가 대출이 이뤄질 때면 매년 1000만원 기준을 충족하는지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각각 나눠 빌리는 전략도 고려해 볼만 하다. 현행 세법에서 금전 대여에 따른 이자 이익은 각각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버지로부터 2억원, 어머니로부터 2억원을 각각 무이자로 빌린다면 각각의 이자 이익은 920만원(4.6% 이율 적용) 수준으로 관리돼 증여세 없이 4억원까지 자녀를 도울 수 있게 된다.

정성경 BDO성현회계법인 이사는 "자금 원천이 각 부모의 고유 자산임이 소명돼야 한다"며 "자금의 흐름을 각자의 계좌에서 명확히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족법인을 활용한 대여는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녀가 주주로 있는 법인에 부모가 무상으로 돈을 빌려준다고 가정해보자. 과세 요건을 보면, 주주가 얻는 이익(법인의 이익 X 주주의 지분율)이 1억원 이상인 경우 해당 주주(자녀)에게 증여세가 부과된다.

정성경 이사는 "이 규정은 법인을 경유한 우회 증여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법인과 거래한 날을 증여일로 본다"며 "그 증여일로부터 소급해 1년 이내에 동일한 거래가 있는 경우 해당 이익을 합산해 1억원 이상인지 판단하게 된다. 금전 무상대여와 동일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2월 28일 이후 증여부터는 특정법인에 외국법인이 추가됐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모든 거래가 상속세에 합산된다는 점이다. 무상 대여 기간 중 부모가 사망한다면, 빌려준 원금 자체가 부모님의 '채권' 자산으로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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