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스코틀랜드 해변에서 매우 희귀한 심해 생물인 '일곱 팔 문어' 사체가 발견돼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BBC와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한 시민이 스코틀랜드 콜리스턴 인근 포비 국립자연보호구역 해변에서 거대한 문어 촉수를 발견하여 관리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출동한 관계자들은 초기에는 해당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다른 문어류나 대왕오징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애버딘대 동물학과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검토를 거쳐 이 생물이 '일곱 팔 문어'로 알려진 세토퍼스(Septopus)임이 확인됐다.
이 문어는 명칭과 다르게 실제로는 여덟 개의 팔을 지닌다. 다만 수컷은 번식에 활용하는 팔 하나를 몸속 주머니에 접어두어 겉모습은 일곱 개처럼 보인다. 대문어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문어' 후보로 언급될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종으로 알려졌으며, 암컷의 몸길이는 성인 남성 키의 두 배를 초과하는 최대 4미터에 달하기도 한다.
포비 국립자연보호구역의 캐트리오나 리드 관리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지름과 빨판의 크기 모두 평소 해안에서 보던 문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일곱 팔 문어는 일반적으로 수심 500미터 아래의 심해에 서식하는 종으로, 육지 근처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의 해양 연구기관 MBARI에 의하면, 원격 조종 잠수정을 이용해 약 40년간 심해를 탐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종을 직접 확인한 사례는 단 네 번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문어가 어업 그물에 걸린 후 버려졌거나, 고래와 같은 대형 포식자에게 공격받아 떠밀려왔을 가능성, 또는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얕은 바다로 이동했다가 폐사했을 가능성 등을 추정한다.
발견된 사체는 현재 연구 목적으로 냉동 보관되고 있으며, 일부 표본은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으로 이전될 계획이다.
앞서 2020년 9월, 미국 워싱턴주 퓨젓사운드의 위드비 섬 해변에서도 '일곱 팔 문어'로 추정되는 개체가 발견되어 주목받았다. 당시 현지 매체들은 이 종이 주로 대서양의 따뜻한 해역에 서식하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서식 범위가 점차 북쪽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