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했던 미스 핀란드 사라 자프체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왕관을 박탈당했다.
핀란드 미인대회 미스 핀란드 조직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아시아인 비하 제스처로 비판받았던 사라 자프체(22)의 타이틀을 회수하고, 2위였던 타라 레흐토넨(25)에게 새로운 왕관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인종차별은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프체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마친 뒤 귀국하자마자 왕관 박탈 통보를 받았다. 미스 핀란드 조직위원회 수네바 쇠그렌 대표는 "이번 결정이 가볍지 않았으나 불가피했다"며 "대회를 대표하는 인물은 그에 합당한 행동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프체는 지난달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당기는 사진을 게재하며 "중국인과 함께 식사 중"이라는 핀란드어 자막을 덧붙여 동아시아인을 조롱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이후 "두통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논란은 이른바 '핀에어 비즈니스석 영상'으로 더욱 확산됐다. 자프체는 "사람들은 혐오를 퍼붓지만 나는 비즈니스석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겨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해당 영상은 결국 삭제 조치됐다.
자프체는 12월 8일 인스타그램에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이와 함께 "앞으로는 어떤 게시물이라도 열 번 생각하고 올리겠다"고 밝히며 당분간 SNS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대회 가치인 존중·평등·책임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 11일부로 자프체의 자격 박탈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자프체는 왕관뿐만 아니라 1년간 제공될 예정이었던 공식 지원과 홍보대사 자격까지 모두 상실했다.
미스 핀란드 우승자는 본래 조직위원회와 연간 계약을 체결하며 현금 상금과 연간 활동비, 숙소 및 차량 지원, 화장품·패션 브랜드 후원, 방송·광고·행사 출연 기회, 미디어 교육 및 국제행사 참여 등 다채로운 혜택을 누린다.
이로 인해 자프체는 재정적 보상뿐만 아니라 '핀란드를 대표하는 홍보대사'로서의 지위와 활동 이력마저 잃게 됐다.
왕관은 2위였던 타라 레흐토넨에게 즉시 승계됐다. 레흐토넨은 "연초가 아닌 해 중반의 비전통적인 시작이지만, 주어진 기회를 책임으로 전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핀란드 언론은 "재임 중 왕관이 교체된 사례는 2011년 이후 처음"이라며 "국내외에서 논란이 확산된 만큼 '국가 대표의 자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쇠그렌 대표는 "사라 역시 성장할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대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