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왼쪽 팔을 사고로 잃었지만.. 미용사 꿈꾸던 20대의 놀라운 인생역전

피트니스 대회 4관왕 김나윤씨 인터뷰
"장애인이라고 낮게 살지는 않았으면"

2025.12.13 07:01  
[서울=뉴시스] 김나윤씨 모습 (사진=김나윤씨 제공) 2025.1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나를 가두는 게 내 자신일 때가 많아요. 예전과 달라진 건 팔 하나 뿐이니까 있는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면 되는 거죠."

지난 9일 만난 김나윤(33)씨는 지체장애인이다. 미용업에 종사하며 꿈을 키우던 20대에 불의의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다.

한 팔로 생활하니 척추측만증이 심해진 김씨는 재활운동을 시작했는데 당시 의사가 피트니스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사고 전까지는 근육 운동을 전문적으로 해본 적이 없어 망설였지만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도전했고 치열한 노력 끝에 2021년 WBC 피트니스 대회 4관왕을 달성했다.

이후 김씨의 도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2년에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배드민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장애 인식 교육에 나서면서 여러 사람들 앞에 서기도 했다.

김씨는 "여러 사람 앞에서 스피치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해보니까 좋았다"며 "1시간 강연이면 3시간을 연습하면서 목이 쉬기도 하는데 청중들의 반응이 다양해 재미있다"고 말했다.

특히 "본인의 삶이 힘들었는데 저를 보고 위안이 됐다고 울먹이면서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그럴 때는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강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하지 절단 장애인과 달리 상지 절단 장애인에 대한 정보가 비교적 적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 손으로 지퍼 올리기, 신발 끈 매기 이런 걸 검색하면 의수업체 광고만 나온다. 일상적인 걸 어디서 배워야 할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하게 됐는데 많이 좋아해주셨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나윤(가운데)씨가 피트니스 대회에서 활동하는 모습 (사진=김나윤씨 제공) 2025.1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기까지는 가족과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김씨는 "내가 장애를 가졌을 때 슬픔을 표출해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에 가족이 없었다면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친구들도 병원에 와서 아무렇지 않고 얘기하고 웃고 장난을 치고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어려움은 있다. 절단 부위 환상통과 일상 생활의 제약이다. 한 손이 없다보니 포장지를 제거하거나 커피를 들고 문을 열어야 할 때, 키보드에서 2개의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할 때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김씨는 "모든 문이 자동문이었으면 좋겠다"며 "스스로 속이 답답할 때가 많다. 나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라는 책을 냈다.
김씨는 "처음에는 걷는 것만 해도 감사했는데 살면서 감사한 부분을 잊고 지내다가 글로 인생을 정리하다보니 감사함을 다시 느끼게 됐다"며 "다른 분들도 감사함이라는 감정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뿐만 아니라 나를 가두는 게 내 자신일 때가 많다"며 "더 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장애인이니까 안 된다고 낮게 살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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