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네 미쿠는 지난 2007년 일본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야마하의 보컬로이드2를 기반 삼아 개발한 보컬 소프트웨어 신시사이저의 캐릭터 이름인데,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가상세계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2012년 도쿄돔 시티홀(현 카나데비아 홀)에서 이틀 간 4회 공연(감사제)을 매진시키며 인기를 확인했다.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버추얼 캐릭터가 됐고, 여전히 활약 중이다.
하츠네 미쿠가 론칭 18년 만인 지난달 29~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첫 내한공연 '하츠네 미쿠 엑스포 2025 인 서울(HATSUNE MIKU EXPO 2025 in Seoul)'을 열었다. 회당 약 4750명 씩, 양일간 약 9500명이 운집했다. 화정체육관 최대 인원 수용 규모다. 최근 같은 장소에서 두 차례 열린 'Z세대 록스타' 한로로의 콘서트에도 약 1만명이 들었다.
이번 내한공연은 양일 모두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버즈지(buzzG)가 작곡한 곡이자 이번 아시아 투어 테마곡인 '아티팩트(Artifact)'로 시작했다. 다른 보컬로이드 프로듀서인 데코*27(DECO*27)이 작곡한 '뱀파이어(Vampire)', 또 다른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츠미키(tsumiki)의 '컬처(culture)'로 이어지는 초반 구성은 29일과 30일이 같았다. 이후는 곡 순서가 변경돼 다른 질감을 안겼다.
하츠네 미쿠의 내한공연 형식이지만 엑스포라는 타이틀을 단 만큼 카가미네 린·렌, 카이토, 메이코 등 크립톤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다. 린·렌 카이토·메이코의 듀엣곡도 각각 화제였다.
압권은 국내에서 '심해소녀(深海少女)'로 통하는 '신카이 쇼조(Shinkai Shoujo)'(Deep sea girl)였다. 정말 심해 속에 있는 것처럼 하츠네 미쿠의 트윈 테일이 찰랑거리는 순간, 팬들의 마음은 철렁거렸다.
대체로 빠른 템포의 곡들은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몸이 리듬을 타게 만들었고, 기계적인 보컬 사운드와 라이브 밴드의 철성(鐵聲)이 만나 인간과 버추얼 캐릭터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씌어지는 감정들은 가짜가 아닌 진짜의 현현(顯現)이었다. 팬들이 대파색을 연상케 하는 펜라이트를 들고 다 같이 연대하며 하츠네 미쿠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관객은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지만 남녀 비율은 비교적 고른 편이었다.
보컬로이드와 스크린 속에서 출몰하는 캐릭터의 물성은 젊은 세대가 공명하는 주체들이다. '전자의 가희(電子の歌姫)'로 통하는 하츠네 미쿠는 진짜에 대해 노래하지 않는다. 진짜가 자신들의 세계에서 하츠네 미쿠를 노래한다.
이후 2013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년 하츠네 미쿠는 라이브 무대를 열고 있다. 작년엔 미국 최대 음악 축제 '2024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등 글로벌 위상을 뽐내는 중이다. 같은 해 5월 'J-팝계 새로운 아이콘' 가수 아도(Ado·アド)가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연 단독 콘서트 '신조우(心臟·심장)'에서 하츠네 미쿠와 듀엣곡 '벚꽃날씨와 타임머신(桜日和とタイムマシン)'을 부르는 대목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한일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출신 최예나(YENA)가 최근 발매한 일본 새 디지털 싱글 '스타!(STAR!)'에 피처링으로도 참여하는 등 활동 반경도 넓히고 있다.
내년엔 일본에서 편의점 브랜드 '로손(LAWSON)', 인기 게임 캐릭터 '포켓몬' 등과 협업한 라이브 무대도 예정했다. 하츠네 미쿠의 기업, 다른 콘텐츠와 협업은 가상 공간에서 종종 진행돼 왔으나 이들과 오프라인에서 본격적으로 컬래버하는 건 내년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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