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걸그룹 에스파가 올해 일본 NHK가 주최하는 연말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출연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 내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중국인 멤버 닝닝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출연 반대 서명 운동에 12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5일 일본 산케이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참의원 총무위원회에서 NHK 야마나 히로오 전무이사는 오는 31일 방영될 '제76회 NHK 홍백가합전'에 에스파가 출연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일본 누리꾼들은 NHK의 판단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반발했으며, 에스파의 출연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에는 12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 당시 '버섯구름' 연상 논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 닝닝이 2022년 SNS에 올린 조명 사진이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 당시의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는 일본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해당 사진은 공개 당시에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쟁이 다시 부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내 반발이 더욱 증폭된 배경에는 홍백가합전이 일본 연말 음악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출연 여부가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만큼, 일부에서는 NHK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NHK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NHK 측은 에스파의 출연이 올해 활동 성과와 대중적 지지, 프로그램 기획 방향 등 내부 기준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폭 피해 조롱하거나 경시하려는 의도 없어
닝닝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NHK는 소속사에 확인한 결과 멤버가 원폭 피해를 조롱하거나 경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성도일보는 이번 사안을 두고 "중일 관계의 긴장도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라고 평가하며 "에스파의 실제 출연 여부가 향후 양국 분위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인기 일본 만화 '원피스' 주제곡을 부른 일본 가수 오쓰키 마키는 지난달 28일 상하이 '반다이 남코 페스티벌 20205' 공연 도중 갑작스러운 퇴장 조치를 겪었다. 또한 일본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는 지난달 29일 중국 측의 취소 통보를 하루 앞두고 받았음에도 무관중 공연을 강행한 바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