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처벌 너무 가혹" 복숭아·즉석밥 훔친 40대, 형량이...

'3차례 절도 처벌' 기초수급자 1만3000원상당 식료품 훔쳐
경찰, 형법상 절도 송치…검찰 "특가법 가중처벌대상" 기소

2025.12.03 11:02  
(출처=뉴시스/NEWSIS)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엄정해야 할 법도 가끔은 사람의 눈물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

"검찰이 굳이 특가법으로 기소할 의미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마트에서 1만3000원대 식료품을 훔친 기초생활수급자가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3차례 절도 전력으로 처벌받은 점 등을 감안해 검찰이 가중처벌해야 한다며 기소, 재판장은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너무 가혹하다"며 검사에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사안과 죄질에 비춰 선고할 수 밖에 없는 형이 너무 가혹하다. 항소하길 권유한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는 올해 7월16일 오후 광주 북구 한 편의점에서 복숭아 1봉지(9980원)와 즉석밥(3200원) 1묶음 등 총 1만3180원 상당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거 이후 A씨는 마트 측에 복숭아 1봉지는 그 값만큼 뒤늦게 돈으로 변제하고, 즉석밥 묶음은 그대로 돌려줬다.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은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최근 3년 사이 피해액이 크지는 않지만 잇따라 절도 행각을 벌인 바바 있다. 절도죄로만 징역 4개월, 징역 2개월, 징역 4개월·집행유예 2년 등 3차례 형사 처벌을 받았다.

당초 경찰은 A씨에 대해 형법상 '절도' 혐의 만을 적용,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A씨가 '생계형' 소액 절도인 점, A씨의 절도죄 실형 처벌 전력을 2회로 판단한 점 등을 들어 특가법은 적용하지 않았다. 누범(累犯) 기간 중 또 다시 범행했다고 해도 가중처벌을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절도죄로 3회 이상 징역형을 받고도 같은 죄를 저지른 누범 처벌 대상이라며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바꿔 기소했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경찰이 혐의 검토 과정에서 빠뜨린 징역형 집행유예 전과까지 포함해야 하고, 이에 따라 A씨가 특가법에 따른 가중처벌 대상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특가법상 절도죄는 양형이 2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형이다. '6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형법상 절도보다 훨씬 처벌이 무겁다.

재판장도 심리 과정에서 '법리에는 흠이 없지만 A씨의 범행 경위나 피해액 등에 비춰 현행 법이 너무 가혹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재판장이 검사에게 절도 혐의로 공소장을 바꿀 의사는 없는 지 묻기도 했으나 검사는 공소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재판장은 "최근 3차례 절도죄 처벌 전력이 있고 누범인 것은 맞다. 법관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대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법관 재량으로 감경해도, 복숭아 한 봉지와 즉석밥 한 묶음을 훔쳤다고 징역 1년을 선고해야 한다. 처벌이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바 '장발장'과 비슷한 사건이다. 억울하다 해도 법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국민 눈높이에서는 양형이 지나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제정된 지도 오래 됐다. 법 개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여러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형법상 일반절도로 송치한 것 같은데 특가법상 절도로 기소할 의미가 있었는지 의문이다"며 검사에게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기도 했다.

재판장은 "법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엄정해야 하지만 법도 가끔은 다른 사람 눈물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나마 피해가 경미하고 뒤늦게 결제하거나 돌려준 점을 감안하고 우울증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사안에 비춰 형이 가혹해 별도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흐느껴 우는 A씨에게는 "항소심에 가서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청해보고 다시 판단을 구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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