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3370만건에 달하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에도 부적절한 사과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틀 전 사과문에는 사과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을 사용하더니 불만이 커지자 현재 쿠팡 홈페이지에선 사과문이 사라졌다.
사라진 '사과문'
쿠팡은 지난달 29일 오후 정보 유출 규모를 공개한 뒤 소비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는 다음 날인 30일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박대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도 같은 날 오후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 게시됐다.
홈페이지는 상단 쿠팡 로고 옆에 배너로 노출됐고 이를 클릭하면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앱 화면에는 팝업 배너로 떴다.
그러나 현재 해당 사과문은 찾아볼 수 없다. 앱에선 아예 삭제됐고 그나마 홈페이지에선 관련 내용을 보려면 최하단 공지사항을 통해 들어가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틀 사과하면 충분한 줄 아나 보다", "소비자들 분노는 우습게 보이는 듯" 등의 비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쿠팡 측은 '삭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별도의 답변 없이 2일 박대준 쿠팡 대표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답변한 내용만 알려왔다.
박 대표는 "사과문 내용으로는 부족하고 현재 2차 피해를 불안해 하시는 분들의 의견이 고객서비스(CS) 쪽으로 들어와서 별도 이메일 공지로 더 상세한 내용과 사과문을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화 키운 사과
이유 없이 삭제한 사과문의 표현도 화를 키웠다.
'쿠팡 개인정보 노출 통지'라는 제목으로 쿠팡이 보낸 문자메시지엔 '노출'이라는 표현이 제목을 포함해 총 5차례나 나왔다. 박 대표 명의로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에는 “고객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했다”는 표현을 썼다.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소비자 피해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보이는가 하면, '무단 접근'이라는 표현을 써 자신들 역시 해킹 피해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도 이 같은 표현을 문제 삼았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이 사고 후 이용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유출’이 아니라 ‘노출’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표현했느냐, 과징금 등을 피하려 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박 대표는 “어떤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지적과 같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또다시 “이런 큰 사고가 났는데 사과와 안내를 하면서 어떻게 ‘노출’이라고 표현하느냐”고 따져 묻자 박 대표는 “생각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직접 사과할 의향이 없냐'는 질문에는 “한국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 책임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다시 한번 사과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