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배우 겸 문화기획자 이광기가 7세 아들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아들의 사망보험금 전액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11일 이광기는 '기독교 방송국 CGN'에 출연해 아들 사망보험금 전액 기부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로 아들을 잃은 이광기는 아들이 세상을 떠났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모든 게 다 원망스러웠다. 내가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장례를 치르면서 (아들이) '천사가 됐을 것'이라는 소리도 너무 듣기 싫더라. 내 옆에 없는데 천사면 뭐 하느냐. 그 어떤 위로가 안 됐다"며 "가족을 안정시키고 나니 슬픔, 고통, 죄책감이 한 번에 쓰나미처럼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집안에서 슬픔을 감내하기에는 가족들이 깰 것 같아서 베란다로 나갔다. 바람이 그렇게 큰 위로가 되는 줄 몰랐다. 온몸에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점점 창밖을 향해 가더라.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거기서 떨어지는 거다. 그날따라 별들이 보석처럼 빛났는데, 그중 하나가 유독 반짝였다. '저 반짝이는 별이 우리 석규인가, 진짜 천사가 됐나' 싶었다"고 했다.
이광기는 "우리 가족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봉사활동"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아들을 보내기 전에는 봉사를 몰랐다. 아들의 생명보험금이 통장에 들어왔을 때 아내가 많이 울었다. 아이가 없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계속 울었다"고 했다.
이어 "TV를 봤는데 아이티 지진이 나서 아이들이 죽어 나가더라. 그때 아들 또래 아이만 봐도 가슴이 뛰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 일이 빨리 마무리돼야 TV에 안 나올 것 같아 보험금을 기부했다"며 "아들이 이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선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용히 기부를 하려 했다는 이광기는 단체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광기는 "단체에서 '보도자료를 내면 동참할 분들이 많을 테고, 아들의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그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에 또 심장이 뛰었다"고 밝혔다.
한편 1985년 드라마 '해돋는 언덕'을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광기는 드라마 '태조 왕건', '야인시대', '정도전'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지난 2018년 문화복합공간 '스튜디오 끼'를 설립해 문화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