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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혐오와 분절의 시대, 음악으로 연대하고파" ②

2025.11.07 15:00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Lucid Fall)이 3년 만의 정규로 돌아와 눈부신 햇살을 향한 연대와 희망의 찬가를 전한다.

루시드폴은 7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열한 번째 정규 '또 다른 곳'을 발매한다. '또 다른 곳'은 루시드폴이 지난 2022년 11월 발매한 정규 '목소리와 기타' 이후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음반으로, 루시드폴이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과 믹스, 그리고 바이닐 마스터링까지 직접 담당하며 앨범 전반에 정성을 더했다.

타이틀곡 '꽃이 된 사람'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심플한 구성의 사랑 노래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가사가 반복되며,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유도한다.

이 외에도 '또 다른 곳'에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구를 표현한 '피에타', 70년대 사이키델릭 포크 색채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마음', 현실의 혼란과 불안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 몽환적이면서도 빈티지한 사운드로 힘든 시기를 겪는 모두가 희망을 품고 연대하기를 소망하는 '등대지기' 등 총 9곡이 담긴다.

이처럼 3년 동안 정성스럽게 트랙을 채운 정규 11집 발매를 앞두고 이날 루시드폴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안테나 사옥에서 취재진을 만나 신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풀어놓는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해 귀 기울여 봤다.

<【N인터뷰】 ①에 이어>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었나.

▶일단 '또 다른 곳'이라는 타이틀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일단 지리적인 여기가 아닌 또 다른 곳이라는 의미다. 또 한편으로는 살고 있는 여기가 아닌 또 다른 곳이다. 그게 행복한 세상처럼 좀 더 나은 곳일 수도 있다. 저는 보통 세상을 세 개의 우주로 나눈다. 하나는 나라는 우주, 또 하나는 직접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우주, 또 마지막으로 간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점점 이 두 번째 우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생각했다. SNS나 유튜브 등의 미디어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깐 사람들은 피로감이 쌓이고 산업계에서는 또 채찍질을 한다. 그러다 세 번째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를테면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와 관련이 없지는 않지 않나 그런 곡들이 테마가 되는 것들이 많다. '피에타'나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 등의 곡이 그렇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음악인들과 작업을 하면서 이들과 음악으로 연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뮤지션 등과 작업했다. 우리가 전혀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음악적으로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다들 배제하고 잘라내고 혐오하는 정서가 많다. 그게 별로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작은 일이지만 이런 노래들을 세계에 있는 여러분들과 같이 만들면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루시드폴의 음악은 항상 위로나 치유의 의미들이 담겼는데 이번에는 어떤 의미들을 담으려 했나.

▶위로는 제가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저 '나는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 '또 무엇을 노래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된다. 앨범을 계속 내면서 여러 가지 노래를 할 수 있을 거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팔레스타인 이슈를 생각했다. 또 '레미제라블 파트3' 같은 경우는 16년 만에 다시 쓴 곡인데, 최근에 시민들의 시위, 통치자들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 노래는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쓰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 '레미제라블' 파트 1, 2를 냈을 때와 생각이 달라진 건 '레미제라블'이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제가 생각하는 건 비참한 사람들, 비루한 사람들이 시민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억누르려고 하는 통치자가 아닌가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16년이 지난 후에 저란 사람이 바뀌면서 레미제라블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도 하면서 나온 거다.

'등대지기'는 2015년 세월호와 관련된 '아직 있다'라는 곡을 냈다. 10년이 흘러 '아직 있다'에 대해 응답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연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등대지기'라는 노래는 '누구도 슬프지 않은, 다시는 이별하지 않는 세상으로 가자' '우리 함께 불을 켜자'라는 가사가 나온다. '또 다른 곳'이라는 앨범을 구상하면서 메시지적으로 보자면 이 곡이 직접적으로 제 생각을 투영한 곡이라고 생각했다.

-20년 만에 외국어가 들어간 '아구아'라는 곡을 이번 앨범에 담았는데, 어떻게 작업이 된 건가.

▶2005년에 2집 '오, 사랑'을 냈다.. 그때 수록된 '물이 되는 꿈'이라는 곡으로 그림책을 낸 적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수지 씨와 책을 냈는데, 올해에 브라질에서 포르투갈어 버전으로 나왔다. 번역본을 딱 봤는데 뒤에 물음표가 붙어있더라. 물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바람이 되는 꿈이라는 가사가 포르투갈어로는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물이 된다고 생각해봤니?' '씨가 된다고 생각해봤니?'라는 의문형으로 바뀌어 있더라. 내가 쓴 곡 같지 않더라. 이 번역된 가사로 원곡을 다시 부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당연히 음절이 다르니 안 되더라. 원곡 멜로디 그대로는 안 되니 브라질식으로 리모델링을 한 번 해볼까 생각을 해봤다. 올 6월에 공연장에서 선공개를 했는데 관객분들이 너무 좋아하시더라. 그렇게 수록을 하게 됐다.

-본인이 들려주는 음악은 좋은 음악의 개념에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음악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듣자마자 눈물을 쏟을 수 있는 음악일 수도 있다. 제 음악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하면 물론 좋을 거다. 하지만 음식도 다들 입맛이 다른 것처럼 음악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이 지금의 루시드폴에 대한 기록일 터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지금의 루시드폴'은 어떤 사람이라고 보나.

▶저는 제게 두 개의 자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소리, 음악적인 것, 언어적 부분을 배제한 청감적인 음악에 집중하는 자아다. 그런 하나의 자아로는 앰비언트 음악을 만든다.
반대로 또 하나의 자아는 깊게 노래에 집중하는 싱어송라이터다. 가사와 음악의 텍스트를 깊게 탐구하고 써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루시드폴은 지금 그런 사람인 것 같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