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말리기 위해 널어둔 젖은 옷에 알이 붙어 '파리 유충(구더기)'이 피부 속에 기생하는 감염을 일으키는 ‘피내 구더기증'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전해졌다.
3일 헬스조선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수의대 병리생물학과 토니 골드버그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룬드파리 유충 등 기생파리에 관한 연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룬드파리 유충은 영장류를 비롯한 다양한 포유류에 기생하며, 사람에게는 구더기증을 유발한다. 구더기증은 파리 유충이 피부를 뚫거나 코·입을 통해 인체에 들어와 성장하면서 부종, 통증, 염증, 조직 괴사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기저질환자나 다발 감염 시 전신 감염이나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골드버그 교수는 최근 우간다 키발레국립공원을 찾았다가 자신의 겨드랑이 피부 속에서 룬드파리 유충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룬드파리 유충은 갈고리 모양의 입으로 숙주의 살을 파고들며, 성장 과정에서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과 함께 내부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임신부의 몸에 기생충이 자라는 공포 영화 장면이 떠올랐다”면서 "감염 경로는 빨래로 추정된다"고 했다. 룬드파리는 습한 환경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어, 말리기 위해 널어둔 젖은 옷에 알이 붙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골드버그 교수는 “파리 유충 감염을 막으려면 옷에 다림질로 열을 가해야 한다”며 “주변인 중에는 베개를 다림질하지 않아 얼굴에 유충 50마리가 붙은 채로 깨어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피부 속에 파리 유충(구더기) 기생하는 ‘피내 구더기증’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발가락 사이, 혹은 피부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이나 구멍이 있는 병변을 발견했다면,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닐 수 있다. 피부 속에 파리 유충(구더기)이 기생하는 ‘피내 구더기증’, 일명 ‘구더기증’일 가능성이 있다.
피내 구더기증은 파리 유충이 사람이나 동물의 살아있는 조직 속에 침입해 발생하는 감염 질환이다. 주로 남미·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감염돼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파리가 모기의 몸에 알을 붙여두고, 모기가 사람 피부에 닿을 때 알이 함께 옮겨져 모공이나 상처를 통해 침투한다. 이후 피부 속에서 부화한 유충이 체내 조직을 먹으며 자라게 된다.
피내 구더기증은 일반적으로 수술로 유충을 완전하게 제거하면 완치 가능하며, 이후 2차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치료도 병행된다.
예방을 위해선 해외여행 시 노출 부위를 덮고, 파리·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상처나 궤양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소독하고, 여행 중 또는 여행 후 원인 모를 피부 병변이 생기면 손으로 짜거나 긁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