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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가 그린 IMF 세대 생존기…'태풍상사' 2025년에 전한 희망

2025.11.01 07:30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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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다시 드라마로 소환됐다. 매주 방송 중인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중소 무역회사 대표가 된 청년 강태풍(이준호 분)의 고군분투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가 부도라는 거대한 사건을 거시적 시각이 아닌 상사맨의 생존이라는 관점으로 옮겨왔다.

이에 시청자들도 반응했다. 국내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시청률은 1회 5.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방송 가구 기준)로 시작해 2회 6.8%, 3회 7.4%, 4회 9.0%, 5회 7.1%, 6회 8.9%를 기록, 전체 16부작 중 초반 6회 동안 6~9%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특히 1회는 올해 tvN 토일드라마 첫 회 최고 시청률로도 화제가 됐다.

'태풍상사'가 극 초반부터 흥행세를 탈 수 있었던 데는 IMF 시대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신의를 중심에 둔 이들의 현실적 생존기로 위로와 희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 서사를 현실적으로 완성하는 이준호의 연기가 호평을 끌어내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주인공 강태풍(이준호 분)은 위기 상황에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 패기가 있는 인물이지만, 마냥 빈틈없는 캐릭터로 표현되지 않았다. 사고만 치던 압구정 날라리였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회사 부도를 맞닥뜨리면서, 폐업이 아닌 대표 자리를 선택하고 에이스 경리 오미선(김민하 분)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하는 인물로 변모했다. 표박호(김상호 분)에게 속아 대량의 원단을 날릴 뻔한 위기도 있었고, 안전화를 생산하는 박윤철(진선규 분)이 쓴 사채로 인해 계약한 물량을 모두 빼앗긴 위기도 있었다. 여기에 부모와 살던 아파트까지 압류당해 길바닥에 나앉는 등 위기는 매회 반복됐다.

'태풍상사'가 시청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방식 또한 감성에 기대지 않는다. 극은 성공보다 연장된 생존, 성취보다 값진 성장에 초점을 둔다. 강태풍이 매번 승승장구 하는 '성공의 서사'로 쾌감을 안기기보다 IMF라는 위기 속 생존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 조항 한 줄, 반품 조건, 환율 변동, 선적 취소와 같은 무역업의 디테일이 서사를 끌어간다는 점은 개연적인 과정을 중시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틱하지만 구체적으로 주인공의 생존 방식을 재현하고자 한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IMF라는 시대적 배경을 단순한 '비극'으로 소비하지 않고, 주인공의 성공으로 거대한 희망을 제시하기보다 현실적인 위로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이준호는 이번 작품으로 또 한 번 더 '흥행 배우' 입지를 굳혔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2021)과 '킹더랜드'(2023)에 이어 '태풍상사'로 3연속 흥행을 이뤘다. 1997~1998년 당시 청춘들의 패션과 유행, 낭만을 캐릭터에 녹여내며 시대의 분위기를 유지한 것은 물론, 캐릭터가 가진 패기와 기개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매 위기마다 함께 한 오미선 주임과의 미묘한 감정선과 설레는 로맨스를 자연스럽게 녹이는가 하면, 극적인 위기에서도 돈보다 사람을 택하는 신의로 '상생'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또한 무모해 보일지라도 벼랑 끝에서 마침내 비상한 전략을 구상하는 반전 활약까지 보여주며 극적 재미를 더했다.

'태풍상사'가 IMF를 정면으로 겪은 세대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을 '상사맨'으로 둔 점도 의미가 있다. 극에서 상사맨은 '신의'로 위기를 극복해 간다. 실패 후에도 회사를 위해 다시 일어서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사람을 택하는 과정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실제 상사맨은 1980~1990년대 수출입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연결하며 국내 경제를 책임졌던 역군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가졌던 직종이었다. '태풍상사' 역시 극 초반 강태풍의 부친 강진영(성동일 분)이 척박한 해외 시장에서 회사를 일궈온 과정을 짧게 보여줬다. "일하는 목표는 내가 아닌 회사와 이웃, 그리고 나라가 잘 사는 것"이라는 대사와 함께, 직원들과 힘을 모아 버텨온 상사맨의 면모를 압축해 담았다. 당시 이들이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명분과 조직의 성장을 위해 일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세대 공감도 이 지점에서 이뤄진다. IMF를 겪은 시청자에겐 강태풍이 보여준 신의는 그간 잊고 있었던 한 시대의 단면으로 다가온다. 강태풍은 아버지 강진영이 통장 메시지로 남겼던 "결과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우리들이 꽃보다 더 향기롭고 돈보다 더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가슴에 품었고, 이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성장하는 '태풍상사' 상사맨의 정신이 됐다.
IMF를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강태풍의 방식이 다소 무모하고 낯설지만 흥미로운 서사다. 안정과 효율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 상생을 위한 선택이 회사를 일으키고 사람을 지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울림을 안긴다. 시대적 배경은 1997년이지만, 이야기의 힘이 2025년에도 유효한 이유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