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요즘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K팝 그룹들이 이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면서 이른바 '바다 건너온' 멤버들은 팀 구성의 '필수 조건'이 됐을 정도죠. 성공의 꿈을 안고 낯선 한국 땅을 찾은 외국인 멤버들은 과연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현재를 지내고 있을까요? [물 건너온 아이돌] 코너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한국은 사람들이 너무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곳이에요."
그룹 투어스 한진(19)이 한국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드라마였다. '펜트하우스'를 본 뒤 한국 드라마에 흥미를 가졌고, 그즈음 세븐틴의 무대 영상을 보곤 K팝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한국에 오게 될 운명이었을까.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서 한진의 SNS를 보고 연락한 것도 그 시기였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던 소년은 이를 계기로 K팝 아이돌을 꿈꾸게 됐고,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님을 설득한 뒤 한국에 왔다.
'펜트하우스'를 보고 막연히 한국의 이미지를 차갑게 상상해 온 한진.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이곳은 180도 달랐다고. 회사 식구들은 타지 생활이 처음인 한진을 부지런히 챙겼고, 함께한 연습생들도 한진에게 친절했다. 덕분에 한진에게 한국은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물론 적응하는 과정이 쉬웠던 건 아니다. 한국어를 전혀 몰랐던 한진은 매일 한 시간씩 공부하며 언어를 익혀야 했고, 춤과 노래도 열심히 배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한진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덕분에 연습한 지 1년 만에 투어스로 데뷔하게 됐다.
하루에 커피 한 잔은 필수고, 식당에서 차가운 음료를 찾는 대한외국인, 투어스로 열심히 활동해 팬들에게 에너지와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맑은 마음을 가진 19세 소년 한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물 건너온 아이돌】 투어스 한진 편 ①에 이어>
-대화하다 보니 한국어가 점점 늘고 있는 게 느껴져요. 팬들에게 쓴 편지에서 한진의 한국어 글씨체도 너무 예뻐서 화제를 모았죠.
▶예전에 중국어 글씨 쓰는 걸 엄청 연습했었어요. 글씨를 쓸 때 집중해서 또박또박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한국어를 쓸 때도 예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외국인이라서 한국어를 잘 써야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편지를 쓸 땐) 글을 직접 쓰고, 문장이 맞는지 체크하고, 파파고 통해서 문법적으로 체크하고, 마지막에 저만의 버전으로 직접 쓰는데 그러면서 많이 배워요. 쓰고 싶은 단어가 있을 때 또 찾아보면서 배우고요. 한국 노래 가사를 보고 중국어로 그 의미를 알아보면서 한국어를 익히기도 해요.
-한국에 와서 경험한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나요.
▶'폭싹 속았수다' 얘기를 해서 생각난 건데, 셀린느 앰배서더를 하게 되면서 박보검 선배님을 알게 됐어요. 그 이후에 감사하게도 (선배님이) 너무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해주셨어요. 멤버들 생일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이번에 파리 패션위크에 갈 때도 출국 날 '처음 가니까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하라'고 메시지를 주셨는데, 제가 염색한 걸 보셨는지 머리색 너무 예쁘다고도 해주셨어요.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요. 원래도 팬이었는데 진짜 더 팬이 됐어요.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연습을 한 뒤 데뷔했어요.
▶춤과 노래에 관심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한국에 오고 난 뒤부터였어요. 멤버들은 연습 기간이 길어서 안무와 노래를 배우는 속도라 빨라 그걸 맞추기 위해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데뷔 조에 들어가게 됐는데 믿기지 않았어요. 이렇게 빨리 들어갈 줄 몰랐어요. 너무 꿈 같고 기회를 주는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력 끝에 투어스로 데뷔했는데, 꿈꿔왔던 생활을 해보니 어때요.
▶K팝을 잘 몰랐다가 세븐틴 선배님을 보고 좋아하게 됐는데, 플레디스에서 찾아줬을 때 그 회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너무 설렜어요. 이렇게 한국에 와서 투어스의 멤버로 많은 분께 사랑 받아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 온 뒤에 중국과의 문화 차이를 느낀 부분도 있을까요.
▶제일 신기한 건 차가운 음료예요. 부모님이 따뜻한 음료를 엄청 좋아하시고 저도 (중국에 있을 때는) 따뜻한 걸 많이 마셨는데, 한국 식당에는 (음료가) 다 차가워서 신기했어요. 저는 차가운 걸 좋아하는 편이라 좋아요. 중국에도 음료 가게가 많지만 한국처럼 커피 문화가 많진 않아요. 예전에는 커피를 잘 안 마셨는데 한국에 와서 커피를 좋아하게 됐어요. 제일 많이 마실 때는 하루에 세 잔?(잔?(웃음) 출근할 때 벤티 사이즈로 커피를 사요. 반대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가 안 돼서 당황했어요. 제가 카드를 안 가지고 왔는데 외국인 등록증이 없었던 때라 카드를 만들 수 없었어요. 그래서 티머니 카드만 쓸 수 있었어요. 요즘은 어떤 가게를 가도 알리페이가 돼 너무 편해졌어요. 그래서 한국 카드도 쓰고 중국 페이도 써요.
-방금 말한 것처럼 한국 문화에 점점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겠네요.
▶커피를 잘 마시게 됐고(미소), 고깃집에 자주 가게 됐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나가서 뭘 먹자고 하면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를 먹었는데 지금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고깃집이에요. 멤버들이 쉬는 날이나 스케줄이 빠르게 끝나면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빠져든 것 같아요. 자주 먹는 게 냉동 삼겹살이에요. 그리고 라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거의 안 먹었는데 한국에 와서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다 중국 음식이 그리워지면 하이디라오에 가서 훠궈 먹어요.(웃음)
-한국 생활에 적응해서 중국에 갔을 때 오히려 낯설어진 문화는 뭔가요.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갈 곳이 스타벅스 말고는 없어요. 배달을 시키고 싶어도 커피 파는 데가 없어서. 또 (한국에선) 회사에도 숙소에도 얼음정수기가 있어서 집에 가서도 차가운 걸 마시고 싶은데 얼음이 없어요. 먹고 싶으면 편의점에 가서 사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뭐예요.
▶냉동삽겹살에 라면 너무 좋아하고, 치즈떡볶이도 좋아해요. 매운 떡볶이를 중국에서 먹어본 적이 없는데 한국에 와서 먹어보니 맛있더라고요. 세븐틴 선배님이 광고하시는 걸 많이 먹었어요.(미소) '아샷추'도 좋아해요. 이건 도훈이 형 덕분에 알았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물 건너온 아이돌】 투어스 한진 편 ③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