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지막 무대는 나눔"…'뇌사' 연극인, 5명 살리고 하늘로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명에 희망 나눠

2025.10.15 09:11  
[서울=뉴시스] 기증자 박현덕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수영장에서 강습 받던 중 쓰러진 60대 춤꾼이자 연극인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 남기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8월 7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박현덕(60)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 명 환자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희망을 선물했다고 15일 밝혔다.

박씨는 8월 1일 경북 경주시의 한 수영장에서 강습받던 중 뇌내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려져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박 씨는 가족의 동의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고,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박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는 자신이 가진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를 했으며 2002년 기증희망등록 신청을 통해 그 뜻을 남겼다. 이러한 박 씨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자 가족들은 기증에 동의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자란 박 씨는 동아대에서 풍물패로 활동하다 대학 졸업 후 극단 자갈치에서 연기와 탈춤, 마당놀이 등을 익혔다. 극단을 나온 후로는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활동하며 마당극과 풍물패 등 다양한 공연에 참여했다.

박씨는 이후 거처를 경주시로 옮겨 최근까지 지역 시민단체 등과 연대하며 생명과 환경 살리기, 탈춤 등 민속 예술 계승 및 확산에 정성을 바쳤다. 장애인과의 연대에도 뜻을 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극에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했다.

박씨는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열정적이며,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10년 넘게 헌혈을 40번 이상 했으며, 쉬는 날이면 농사를 지어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기도 했다.

박씨의 아내 김혜라씨는 "열정적이며 자유로웠고, 봉사의 삶을 살았던 당신은 하늘의 별이 되었네.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당신을 기억해. 공연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100여 명에게 희망을 나눴네.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다던 바람대로 떠나게 되었구나. 사랑하고 고마워"라고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걸 내주신 기증자 박현덕씨와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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