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남편, 아프지마" 보험설계사女 엽기 행각 '발칵'

엄여인 보험사기 살인 사건
남편, 가족 포함해 약 10명 죽거나 다치게 해
가평계곡 살인 사건으로 최근 재조명

2025.10.04 05:00  

[파이낸셜뉴스] "남편, 이제 아프지 마"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엄인숙씨(엄여인·검거 당시 30세)는 20대 초반 이른 나이에 남편 이씨를 만나 결혼한다. 결혼 후, 남편 이씨가 눈을 다치거나 뇌진탕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엄씨는 남편을 극진하게 간호한다.

엄씨의 주변 사람 그 누구도 엄씨와 이씨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다. 지인들의 눈에 그들은 그저 '보기 좋은 부부'였다.

엄씨의 엽기적인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말이다.
사랑도, 피도 막지 못한 엄씨의 욕심

보험금을 노린 엄씨는 이씨와 결혼하며 자신이 세워둔 계획을 실행한다.
2000년 3월, 엄씨는 한달 동안 남편 이씨를 피보험자로 상해·사망을 보장하는 4건의 보험을 가입한다. 2000년 5월, 엄씨는 남편에게 우울증 치료제를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한 후, 옷핀으로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시킨다.

엄씨는 자신의 엽기적인 행동으로 남편이 입원할 때마다 병원에서 늘 '좋은 아내'인 척했다. 퇴원 후, 엄씨는 주방용 칼로 남편의 복부를 찔러 자해한 것처럼 꾸몄다. 결국 2002년 3월 이씨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엄씨는 이 기간 동안 총 58번에 걸쳐 이씨 명의의 보험금 2억8000만원을 수령한다.

남편 이씨의 장례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씨는 서울에서 두 번째 남편 임씨를 만난다. 엄씨는 임씨에게도 동일한 수법으로 우울증 치료제를 먹인 후, 눈을 찔러 실명시킨다. 혼인신고 후 수시로 임씨에게 화상을 입히며 괴롭힌다. 임씨는 치료 중 상태가 악화돼 2003년 사망하게 되고, 엄씨는 보험금으로 3900만원을 수령한다.

당시 엄씨는 더 큰 금액의 보험금을 받으려 했으나 자신의 예상보다 임씨가 일찍 사망하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의 범죄는 두 남편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3년 11월, 엄씨는 친오빠에게 술을 먹인 뒤 양쪽 눈에 염산을 부어 실명시킨다. 그로부터 2년 후, 엄씨는 가족들이 거주하던 남양주 소재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다. 가족들에게는 "서울에 집을 구했다"며 거짓말을 했으나 들킬 위기에 처하자 어머니와 오빠, 남동생에게 수면제를 탄 석류주스를 마시게 한 후 이불에 불을 붙여 화상을 입힌다.

반사회성 성격장애 테스트서 만점

2005년, 엄씨는 지인의 집에 방화를 저지르고, 지인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다가 경찰에 검거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엄씨는 "불치병을 앓는 세 살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며 호소해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한다. 세 살 난 아들은 두 번째 남편 임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당시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었다.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 엄씨는 그 와중에도 범죄를 벌인다. 병원에 입원한 아들의 병원비를 결제하기 위해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 지인의 눈을 실명시켜 신용카드를 훔친 것. 엄씨 주변엔 석연치 않는 죽음이 하나 더 있었다. 과거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세 살 딸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뇌진탕으로 사망한 것이다. 다만, 이 사고는 엄씨가 저지른 일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엄씨는 5년간 약 10명을 죽거나 다치게 하며 5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했다.

조사 과정에서 실시한 반사회성 성격장애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으며 엄씨가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엄씨는 방화치사상, 중상해 등 9가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은 보험사기 살인사건의 대표 사건으로 지난 2019년 발생한 '가평계곡 살인 사건'을 통해 다시 주목받았다.
가평계곡 살인 사건은 가해자인 이은해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물놀이 사고로 위장해 살인한 사건이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