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에게 새벽까지 근무하도록 지시하고, 직원이 이를 따르지 않자 해고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사회복지법인 B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A씨는 2019년 1월부터 B재단 시설에서 근무해왔다. 근무시간은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요일을 정해 오전 9~11시 시간 외 근무를 했다.
그러다 2020년 5월~2021년 4월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복직 전 B재단으로부터 업무지시서를 전달받았다. 해당 지시서에는 '오후 4시~다음 날 오전 1시 근무, 월 45시간 범위 내에서 오전 6~8시 시간 외 근무' 등 근무시간이 변경된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B재단은 A씨가 출근한 뒤 근로지원인 모집·채용을 결정하기로 했다. A씨는 육아휴직 전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받았는데, 복귀 후 지원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근로지원인은 중증장애인의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사람으로, 장애인고용법은 중증장애인이 안정적·지속적으로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B재단에 자녀 양육과 대중교통 이용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근무시간 조정과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근무시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A씨는 휴직 전 근무시간과 동일하게 출근했고, 재단은 '정해진 업무시간에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을 했다'는 취지의 경고장을 발송한 뒤 면직 처분을 내렸다.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B재단의 업무지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위법한 업무지시이고, A씨가 이에 불응했음을 이유로 하는 면직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 대부분 원고가 자신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과 중복되고, 특히 퇴근시간인 오전 1시는 대중교통 이용도 불가능하며 장애인 이동수단 이용도 원활하지 못하다"며 "업무지시에서 정한 근무시간에 반드시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거나, 근로지원인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근로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또 근로시간 변경에 대해 "원고가 시설장을 입소 장애여성 추행으로 고발하고, 근로지원인 서비스 부당이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원고의 복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단이 불복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남녀고용평등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