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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안 해줘서" 아내·子 살해한 교수 남편…내연녀와 일본갔다가 결국

2025.03.10 17:41  
"이혼 안 해줘서" 아내·子 살해한 교수 남편…내연녀와 일본갔다가 결국
(사진=티캐스트 E채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모자(母子)를 죽인 진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지난 7일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서는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과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2000년 1월 발생한 '모자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지난 2000년 1월 13일 밤 10시 50분께 경찰서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32세 엄마와 6세 아들이 불에 탄 채 사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사망한 여성의 친정과 시댁 식구들이었다. 이 집 부부와 수일 째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방문했다가 모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마치 잠든 것처럼 누워 있었고, 특히 엄마가 아들을 뒤에서 꼭 껴안은 상태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샀다. 감식 결과, 모자가 사망한 뒤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모자의 시신에서 매(그을음)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망 원인은 코와 입으로 동시에 숨을 쉴 수 없는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됐다. 그런데 엄마 시신 부검 결과, 아래턱과 우측 뺨에서 출혈이 있었고 머리와 쇄골 아래, 날개뼈가 손상돼 폭행 정황이 포착됐다.

김진수 경감은 "안방 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있던 상태였다"며 "거실이나 다른 방에 재가 거의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안방에서 불이 났다가 자연 진화됐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시신 바로 옆에는 빈 식용유통이 발견됐다. 식탁 위에는 사건 발생 2주 전인 1999년 12월 31일 자 신문이 올려져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시신이 발견되기 2주 전인 이날 매캐한 냄새를 맡았다고 증언했다. 피해자의 친언니 역시 전날인 30일 연락이 마지막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의문을 샀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교수였던 남편은 아내와 아들이 사망한 다음 날 학생들과 일본으로 연수를 갔다고 한다. 이에 수사팀이 일본 연수에 동행한 학생들을 통해 남편의 행방을 찾았지만, 남편은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남편과 일본 연수에 동행한 박사도 함께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박사는 남편보다 6살 어린 여성으로, 그의 오랜 여제자이자 6년 만난 내연녀였다.

남편은 아내에게 수 년 전부터 이혼을 요구해 왔고, 피해자는 사망 3개월 전부터 두 사람의 내연 관계를 알아챘다고 한다. 이후 남편은 더 노골적으로 이혼을 요구했고, 아내는 아이를 생각해 이에 응하지 않았다.

남편은 범행을 저지르기에 앞서 아파트 담보 대출과 신용 대출로 도피자금 5500만원을 마련했다. 내연녀는 7000만원을 준비했다.

이어 남편은 연수 프로그램을 빙자한 일정을 만든 뒤 출국 전날 학생 6명을 불러 1000만원씩 주고 은행에 가서 여행자 수표로 바꿔오라고 지시했다. 나머지 6500만원은 그중 한 학생에게 미화 5만 달러를 주고 일본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세관 신고 없이 출국하기 위해 학생들을 이용했던 것이다.

내연녀는 교수의 끔찍한 범행을 알고도 그들만의 사랑을 위해 일본행을 택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8년 9개월 만에 한인의 제보로 체포돼 국내 송환됐다.

남편은 "아내와 이혼 때문에 다투다가 살해했다"며 "아내를 살해한 뒤 아들을 데리고 놀다가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생각에 아들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워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도 죽을 생각으로 불을 저질렀다"고 했다.

남편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22년 6월형을 받았다. 내연녀는 범인 은닉 및 도주 방조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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