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우크라도, 미국도 분노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그들만의 정장' 이름붙인 사진들 공유
"집과 가족 위해 갈아입은 군복은 궁극의 존엄성 가진 수트" 
눈물 흘린 美 퇴역군인 트럼프 행정부 향해 "쓰레기들…"

2025.03.05 05:35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우크라도, 미국도 분노했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고성과 설전 끝에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옷차림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들만의 정장을 갖고 있다”며 사진 여러 장을 공유했다.

게재된 사진들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부터 피 묻은 수술복을 입은 의사, 전투기 조종사, 폭격당한 아파트에서 민간인을 데리고 나오는 구조대원, 구급상자를 든 의무병, 러시아 폭격을 받은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의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외부무는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의 집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스마트한 사무실 복장에서 군복으로 갈아 입었다"며 "다른 이들에게는 일상의 복장이 일생의 임무와 희생 그리고 인명 구조의 상징이 됐다"고 적었다. 이어 "전쟁 속에서 우크라이나 수트는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모두 궁극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우크라도, 미국도 분노했다

사진들 중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고수해 온 어두운 카키색의 군복 스타일 복장을 한 채 군인과 악수하는 모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찾은 날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징인 삼지창이 왼쪽 가슴에 새겨진 검정 긴팔 셔츠에 검정색 바지를 입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와 악수하며 “오늘 잘 차려입었네”라며 발언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선 보수 성향 매체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가 젤렌스키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라며 "당신은 이 나라의 최고위급 사무실에 있으면서 정장을 입기를 거부했다. 정장이 있기는 하냐”라는 다소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입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에 불만을 표시한 JD 밴스 부통령의 차림새를 지적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코미디언인 안톤 티모셴코도 엑스에서 최근 보수주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바지가 종아리까지 올라가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이런 사람들이 정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한 미국 퇴역 군인은 틱톡에 “불명예스럽다”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고 국민들이 죽고 있는데 정장 따위에나 관심이 있는 쓰레기들”이라며 “나는 정말 이 나라가 싫고, 정말 불명예스럽다”고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나는 백악관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우리를 용서해 달라”며 우크라이나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100만개 넘는 ‘좋아요’가 찍혔고 21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의무병으로 자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는 한 미국인 여성도 엑스에 군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밴스 부통령을 향해 “여기 내 정장”이라고 적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