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0만원 못 갚았다고 나체사진 뿌려 직장까지 해고됐어요"

고물가·고금리에 고통 받는 빈곤 청년층
제2,3금융권 밀려나 대부업체서 소액대출
전문가 "불법사금융 소비자 인식 부족"
금융위원회, 무료 법률서비스 확대 개편

2024.11.29 06:25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4.5%입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1. 30대 A씨는 불법 업체에 100만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지인 연락처 600여 건을 제공했다. 그러다 A씨가 기간 내 원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불법 업체는 그에게 받은 연락처로 단체채팅방을 개설, A씨의 채무 사실을 알리고 아버지 직장에도 연락하는 등 협박을 이어갔다.

#2. 20대 B씨는 불법 업체에서 30만원을 빌리며 스마트폰에 '파일 공유 앱'을 설치하도록 요구받았다. 여기에 지인들 연락처와 자신의 사진을 전송했다. 상환일이 지나자 불법 업체는 음란물에 B씨 사진을 합성, 그의 가족과 지인 등에게 전송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공개된 사이트에 게재하며 상환을 독촉했다. 결국 B씨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대인기피증에 걸리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불법 채권추심이란, 채권자가 채무상환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의미, 공갈, 폭언, 폭력, 협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일부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이에 따른 피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 1인 가구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발생한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27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65건)보다 58% 증가했다.

채권자들은 채무자를 대상으로 심리적 압박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수법이 늘고, 최근에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추심 등 신종 추심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청년층이 대출을 받는 주요 원인은 '생활비' 때문이었다. 이들은 고금리 대출이나 소액대출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불법추심 피해를 더 크게 받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 정책에도 대출금 갚지 못하는 사례 빈번

지난 8월 기준 19세 미만 포함 20대 이하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연체율은 32.9%로 역대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소액생계비대출은 2023년 3월 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출시, 최대 100만원을 연 15.9%금리에 빌려주는 정책 대출이다. 50만원을 기준으로 첫 달 금리 15.9%를 적용하면 월 이자는 6625원 수준이다. 여기에 금융교육 이수, 성실 상환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9.4%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이처럼 낮은 이자임에도 불구, 경제적 빈곤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청년들은 제 2,3 금융권으로 밀려나 결국 대부업체까지 손을 뻗게 된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불법사금융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IF한국금융연구원 이수진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불법사금융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과 온라인 이용 확대, 불법사금융업자에 대한 낮은 처벌 수준 등에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불법사금융 피해 발생을 구조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정책이지만, '대부업법'의 대폭 개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안착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년부터 불법사금융업자 등으로부터 불법추심 피해를 입거나 법정 최고금리(연 20%) 초과 대출을 받는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다만 현행 제도는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대상을 채무당사자로 한정하고 있어, 당사자의 채무로 인해 불법추심 피해를 입은 가족·지인 등 관계인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원회, 무료 법률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확대 개편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불법추심 피해를 입은 채무자의 관계인도 무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 개편했다. 불법추심 피해를 입거나 피해 우려가 있는 채무자의 관계인으로 확대하되, 채무당사자 1명 기준 최대 5명의 관계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채무자 대리인·소송변호사 무료 지원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경우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를 통해 신고도 가능하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규정한 불법추심 행위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권 추심 ▲무효·존재하지 않는 채권 추심 ▲반복적인 전화·주거지 방문 ▲야간(저녁 9시~아침 8시) 전화·방문 ▲가족·관계인 등 제 3자에게 채무사실 고지 ▲가족·관계인 등 제 3자에게 채무변제 요구 ▲협박, 공포심, 불안감을 유발하는 추심 행위 ▲금전 차용 후 변제자금 마련 강요 ▲개인회생·파산진행자에 대한 추심 ▲법적 절차의 진행 사실을 거짓으로 안내하는 경우 등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