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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PD "퀴어·주체적 여성인 원작 속 부용, 극에 담아내려 해"

2024.11.27 09:35  
정지인 PD/ tvN 제공


정지인 PD(왼쪽) / tvN 제공


우다비, 신예은/ tvN 제공


문소리, 김태리/ tvN 제공


정지인 PD/ tvN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정년이' 감독이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연출 정지인)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가난했지만 낭만이 있던 시대, 최고의 국극 배우로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짜임새 있는 서사와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으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난 17일 종영했다.

그러나 '정년이'는 원작 웹툰의 중요한 캐릭터인 부용을 삭제해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또한 방영 전 제작사와 MBC가 갈등을 빚으며, 편성이 tvN으로 옮겨가 잡음이 일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년이'가 방영됐으나, 이러한 논란과 비판에서는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다.

작품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관련, 연출을 맡은 정지인 PD가 27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정년이' 흥행에 대한 소감 및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무엇인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쁘다.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극에 대한 반응들이다.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감사하다.

-'정년이'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고려하며 촬영 전부터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방향을 잡아갔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행히 김태리를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웹툰의 대서사를 녹이기엔 12부작이 짧아 정년의 성장과 위기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각색이 쉽지는 않았다. 최대한 살릴 것을 살리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쉽게 볼 수 있는 방향에는 맞는 각색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의 중요한 메시지를 쉽게 담아내지 못한 것은 나 역시 아쉬움이 남지만, 많은 시청자를 훌륭한 원작으로 이끄는 이정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작 속 부용 캐릭터를 나눠서 극 중 주란에게 투영한 것인가.

▶부용이 캐릭터가 원작에서 팬, 퀴어,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는데, 어떤 한 캐릭터에 담기보다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작가님,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담아봤다.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은 무엇이며,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비하인드가 있다면.

▶아무래도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총력을 기울인 건 국극 장면들이었다.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다. 국극을 제외한 촬영 중 가장 공들인 건 아무래도 10회 엔딩, 용례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가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했다. 한 신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이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이었다.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를 비롯해 배우들의 열연이 방영 내내 화제였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김태리(정년이 역)가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신예은(허영서 역)의 촬영 중 반전의 순간들도 많은 힘이 다.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칠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웃음) 라미란(강소복 역)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현신이었다. 단원들과 있을 때는 여고생같이 해맑게 있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느새 소복으로 초 집중하는 모습에 수차례 반했다. 정은채(문옥경 역)와 김윤혜(서혜랑 역)는 매란의 왕자와 공주로서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나 역시 온달과 평강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가 참 슬펐다. 둘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났고, 이제는 보지 못할 조합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다. 다시는 만나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이라 생각한다. 이분들과 그 외의 모든 분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었다.


-'정년이' 촬영 중 제작사와 MBC가 갈등을 빚어 편성이 tvN으로 변경되고, 연출 본인 역시 촬영 중 MBC에서 퇴사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나와는 (MBC가) 직접적인 법적 이슈가 있지 않지만, 제작사들과 관련된 사항이라 언급을 직접 하는 건 쉽지 않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정년이'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나.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