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피자 토핑이 부실하다는 컴플레인에 사과하고 피자를 새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직원에 조롱 섞인 카톡을 보내, 직원 보호 차원에서 대응했다. 몇 시간 뒤 지인으로부터 신상이 노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18일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 '자유로운 이야기' 코너에는 서울에서 피자집을 6년째 운영하는 A씨가 겪은 이같은 사연이 올라왔다.
피자집 사장 A씨는 휴무날 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손님이 컴플레인을 걸어 전화와 카톡이 계속 온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곧바로 고객에 전화를 걸어 이유불문 거듭 죄송하다며,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다. 고객은 화가 누그러졌는지 평일 낮에 피자 한 판을 보내달라 말하곤 대화는 끝이 났다.
A씨는 늘상 있을 수 있는 컴플레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뒤 직원에게 카톡 몇 통이 날아왔다. 내용은 사진 몇 장, 앞서 전화로 언급한 컴플레인과 함께 "피자 30년 먹어봤는데 치즈 걷어내고 토핑 찾아본 건 요번이 처음 멋진 직원이에요", "정량토핑도 안 넣고 치즈 위로 추가 토핑만 올려서 피자 만들다니 대단한 직원이에요" 등의 말이었다.
A씨는 "사장과 통화 후에도 직원이 직접 사과하길 원하는데, 어떤 사장이 참고 사과하라고 하겠냐"며 대응에 나섰다. 고객에 전화를 해 "제가 충분히 사과를 드렸고 피자도 새로 보내드리겠다고 해 끝이 났는데 직원에게 조롱 섞인 카톡을 보내시는 건 선을 넘으신 것 같다. 연락 그만해달라"고 말하자 고객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이번엔 사장에게 다시 개인 카톡이 왔다. 고객은 "직원이 바로 죄송합니다 하면 끝날 일인데 사장님 전화받고 짜증이 조금 난다"며 "경찰서 가서 사기죄로 고소장 쓰고 본사에 항의서한 보내고 당근, 요기요, 쿠팡이츠, 보배드림에 글 올려볼까요"라고 말했다. 또 "갑자기 짜증이 솟구치네요. 내가 왜 사장님께 미안하다고 하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대표님한테는 일개 피자집 직원일지 모르나 저한테는 가족같은 사람들이고 누군가의 자식들"이라며 "입장 바꿔서 사과하고 추후에 피자도 보내드리기로 했는데 직원에게 개인 카톡으로 우롱과 조롱 섞인 카톡을 보내면 기분이 좋으시겠냐"고 반문, 그렇게 카톡은 약 40분 간 이어졌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A씨는 연락을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다. 잠시 뒤 지인으로부터 신상이 다 노출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확인 결과, 고객이 A씨와 A씨 배우자의 사진, 매장명을 언급하며 온라인 게시글을 작성한 것이었다. 게시글에는 "고객이 만든 사람한테 사과 받고 싶다는 게 잘못된거냐"며 "그 직원은 예전에 피자 시켰는데 콜라 안 가지고 오는 실수를 여러 번 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두 번의 사례가 있지만 한 번은 배달기사님이 실수하셨고, 다른 하나는 1.25L가 아닌 500ml를 드린 건이었다"고 답했다.
A씨는 현재 모든 자료를 모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A씨는 "배우자 몸이 좋지 않아 시험관 준비를 진행하기 위해 난임병원을 예약한 상태서 이런 일이 발생해 와이프가 불안하고 공황증세를 느끼고 있다"며 "나한테만 피해가 왔으면 다행이었을텐데 아무 관련 없는 와이프 얼굴까지 까발려져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