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 MC 유재석이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21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국적만 외국인’ 특집에서 유재석이 한 발언이 인종차별성 발언이라는 지적이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지난 9일 대한 외국인 특집으로 꾸며진 유퀴즈에는 레오 란타, 아마라치, 마이클 레이드먼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유재석은 “어디에서 오셨냐”고 물었고 레오 란타는 “본가는 용인 수지다. 고향은 양재 쪽인데, 아버지가 그쪽에 있다. 100일 때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레오 란타는 “초등학교 다니다가 졸업할 때쯤 핀란드로 유배를 갔다. 그때 핀란드어를 몰라서 핀란드어를 한글로 썼다”며 한국에서 생활한지 벌써 25년이 다 되어간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게스트인 아마라치 역시 “태어난 곳은 서울 이태원인데 국적은 나이지리아”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유재석은 “나이지리아에 안 가보셨냐”며 놀라워했다. 이에 아마라치는 “태어나서 쭉 자랐다. 비행기도 안 타봤고 배도 안 타봤다. 국적만 외국인이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한국 국적만 아닐 뿐, 태어난 곳도 한국이며 생후 100일에 한국에 와 벌써 25년차 생활을 이어가고 있기에 사실상 한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은 방송 내내 이들에게 “한국어를 너무 잘하신다” “말투나 모든 것들이 한국인이다”라면서 이들의 발음에 감탄하며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이 나간 직후 유재석의 이러한 반응과 진행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의 목소리가 있었다. 외모만 갖고 ‘한국인처럼 한국말을 한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해외에선 인종차별적 발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한국계 캐나다인인 NCT 마크는 미국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에서 왔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영어 정말 잘한다”고 영어 실력을 평가받은 적이 있다. 마크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계 캐나다인이었다. 이 문제는 캐나다 안팎으로 인종차별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적과 상관없이 외모만 갖고 ‘영어를 잘한다’는 식의 평가를 받는 건,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편견이자 차별로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유재석은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을 상대로 한 발언이었단 점에서 인종차별성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왔다. 백인과 흑인의 외형을 하고 있기에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놓고 단순히 감탄하는 표현이라는 것.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에 한번도 나가본적 없다는 출연자의 말을 들은 후에도 "한국어 잘한다"고 재차 말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콘텐츠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나 유투브를 통해 한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방송되기에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이라면,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한편, 유재석이 2년 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배우 배유진이 당한 인종차별에 강한 비판을 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나왔다. 유재석은 “멜라닌 색소가 많은 사람은 한국에서 일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단 출연자에게 “그건 인종 차별이다. 우리가 인식을 바꿔야 되고 그런 이야기가 정말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그런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