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경기불황에는 경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점차 깨지고 있다. 큰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신차도 중형 모델 위주로 출시되며 경차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신차등록 대수가 가장 적은 차급은 7만 8045대를 기록한 경형이다.
경형은 6개 차급 중 유일하게 등록 대수가 10만 대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9만 1732대보다 14.9% 감소한 수치며, 전체 판매량 중 점유율도 8.2%에서 7.4%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 9월 신차등록 대수는 60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했다. 통상적으로 경기 침체에서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에 경차가 잘팔리는 경향이 있는데 되레 인기가 줄고 있는 셈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22년 현대차 캐스퍼 출시에 힘입어 13만 2911대까지 늘었고, 지난해는 레이EV 덕에 11만 9952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연간 10만대를 못 넘길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10만대를 넘기지 못했던 것은 2021년 9만8781대다.
9월 누적 신차등록 대수가 가장 많은 차급은 32만 6831대를 기록한 중형이다. 중형은 6개 차급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판매량이 11% 증가했다.
경기불황 속에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차종을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완성차 업계와 가족용 차량으로 크기, 가격이 모두 적당한 중형차를 찾는 내수시장 수요가 맞물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차 역시 중형 SUV가 핵심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누적 판매량 1위와 3위인 쏘렌토와 싼타페의 연식변경 모델을 지난달 출시했으며, 르노코리아의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와 KG모빌리티의 액티언도 출격했다.
반면 올해는 캐스퍼, 레이와 같은 돌풍을 일으킬 신차는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반 모델인 캐스퍼(경차)보다 크기가 커지며 소형차가 됐다.
물론 상반기 중고 승용차 거래대수 상위 10개 중 4개가 경차라는 점에서 '경차의 시대가 끝났다'는 식의 판단은 이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시장의 업황은 신차 시장의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다만 중형·준중형 선호 현상을 가리키는 지표는 있다. 케이카가 20·30대의 올해 상반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위 5개 차량은 △경형 1종 △ 준중형 1종 △중형 2종 △준대형 1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는 △준대형 3종 △중형 1종 △경형 1종이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