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작품이 끝나면 내가 만난 친구의 삶을 잘 살았는지 돌아봅니다, 염 차장의 생각으로 잘 살았을까, 염 차장도 나를 만나 좋은 삶을 살았기를, 많이 배웠고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배우 홍인은 최근 드라마 '감사합니다'(극본 최민호 등/연출 권영일)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배역의 인생을 잘 살았을까, 홍인이 만난 염 차장은 현실에 꼭 있을법한 인물.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최고"라는 신념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그는 상사인 감사팀장 신차일(신하균 분)의 '적극적'인 감사 지시에 구시렁대고는 한다. 홍인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독특한 목소리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소심한 눈빛으로 염 차장을 그렸다. 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감사합니다' 염 차장은 아주 독특한 캐릭터였다. 염 차장과 이별하는 소감은.
▶작품이 끝난 후 3일 동안 다시 몰아서 보면서 작품을 돌아봤다. 염 차장을 연기하면서 목소리도 바꾸고 의식적으로 연기를 했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만큼 기억에 남는다. 이 말투는 내가 창조한 건 아니고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실제 직장인 분들을 만났다. 여러 인물을 조합해서 만든 캐릭터다. 목소리라든지 말투라든지 염차장스러운 인물을 찾았다.
-염 차장은 어떤 인물인가.
▶대본에 '어느 회사나 있을 법한 밉상 상사'라고 되어 있었다. 싫은 사람이 아닌, 얄미운 사람이다. 싫음과 미움의 경계선이 뭘까 고민했다. 누군가 싫으면 리액션이 안 나오지 않나. 하지만 미운 사람은 핀잔도 나오고 덤비고 싶기도 하다. (팀원들이) 염 차장을 그렇게 대하길 바랐다. 한수(이정하 분)나 서진(조아람 분)에게도 만만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었다.
-부담이 큰 작품이었을 것 같다.
▶전작인 '웨딩 임파서블' 감독님(권영일) 후속작에 들어간 것이어서 그 점도 부담이 됐다. 많이 여쭤봤던 기억이 난다. 저는 작품마다 도전하고 싶은 것이 완벽하게 다른 인물로 사는 것이다. 이번에는 목소리만 들어도 염 차장을 기억하게끔 하고 싶었다. 드라마를 틀어놓고 있다가, 목소리를 들으면 쳐다보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그 다음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회사에 관해 묻고 직급이나 분위기를 알려고 했다. 아무래도 드라마니까 (현실과 달리) 사원인 친구들이 선배에게 말대꾸를 많이 하더라. (웃음) (직급보다) 캐릭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표현했다.
-무미건조한 매너리즘에 빠진 인물이다.
▶드라마 실시간 대화창을 보니 '유일하게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다'라고 하더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웃음) 아침에 출근하는데 한수 표정이 안 좋으니까 염 차장이 '너 왜 아침부터 울상이야, 웃는 것도 일이야'라고 하는데 현장에서 만든 애드리브다. 염 차장도 신입 사원 때는 열심히 일했을 것 같다. 눈치나 잔머리가 있어서 오래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달라진 게 아닐지 생각했다. 옥 과장(이지현 분)이 염 차장이 귀엽고 매력 있다고 하더라. (웃음) 현장에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직장 생활을 간접경험 했는데 어떤가. 실제 직장이었다면 어떤 캐릭터였을까.
▶염 차장은 전혀 아니다. (웃음) 염 차장과 옥 과장을 좀 섞어놓은 사람이었으려나. 일단 매일 아침 출근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 (직장인들)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3, 4개월 앉아서 지내다 보니까 손목, 허리가 아프더라. 이래서 좋은 의자를 사는구나 깨달았다. (웃음)
-염 차장은 결국 감사팀장이 되지 못한 건가.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