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성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가족까지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한 대학에서 여학생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된 데 이어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돼 충격을 안기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생 등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 더불어 교사, 여군 등도 있었으며 ‘피해 학교 명단’으로 떠도는 곳만 100곳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딥페이크 범죄는 지인 사이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족들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학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나와 여동생, 엄마 등의 사진과 신상을 올리는 방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글을 쓴 A씨는 해당 채팅방에 약 20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자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공유한 채팅방 대화 내용을 보면 한 이용자가 가족사진을 올리고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이에 다른 이용자들도 호응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한 이용자는 “여동생 잘 때”라며 동영상을 올렸고, 여동생이 잠옷을 입고 자는 영상을 올리며 "오늘은 수면제 실패했으니 내일은 성공하리라"라고 적은 이도 있었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부럽다", "용기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한 대화방에서는 “엄마 사진 공유하고 나니까 뭔가 영웅이 된 느낌인데 뿌듯하다” 등의 내용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채팅창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만들어 다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방에는 사진과 영상 뿐만 아니라 가족의 신상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여동생의 이름, 나이, 거주지, SNS 주소, 전화번호, 학교 정보 등을 밝히며 “순수해서 협박이 잘 통한다”고 했다.
A씨의 게시글을 학부모 회원들은 "딸 사진은 어디에도 올리면 안 되겠다.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 “아이들 키우기가 너무 겁난다”, “아이들 휴대전화를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무방비 상태로 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 등 불안함을 호소했다.
사태가 커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다. 방심위는 실·국장 회의, 오는 28일 전체 회의를 소집해 최근 텔레그램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방심위는 먼저 텔레그램 피해 신고 접수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찰 수사 의뢰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