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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이끈 김민기…저항 노래한 전설 별세에 추모 열기(종합)

2024.07.22 11:19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뉴스1 DB)2024.7.22/뉴스1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30여년간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해 온 가수 김민기가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학전 및 가수협회 등 문화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1일 위암 증세가 악화해 결국 세상을 떠났다.

1951년생인 고인은 서울대학교 회화과 출신으로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이끌어왔다. 민중가요의 대부로 불리는 김민기의 사망 소식에 예술인들은 물론 많은 대중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음악에 소질을 보였던 고인은 학업보다 음악에 집중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는 1970년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었고, 이 시기에 그의 명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이 곡은 1987년 민주항쟁 당시 저항 곡으로 쓰이며 더욱 이름을 알렸다.

'아침이슬'을 비롯해 '가을 편지' '꽃 피우는 아이' 등을 작곡한 김민기는 시인 김지하와 만나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싱어송라이터로 두각을 나타냈다. 김민기는 1972년 서울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민중가요를 가르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으며 이때 '꽃 피우는 아이' 등이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는 1973년부터 극음악을 작곡, 무대 공연 경험을 쌓았으며 1974년부터 소극장에서 공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공연들은 공연윤리위원회의 제재를 받거나 체포 위협을 받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1975년에는 '아침이슬'도 금지곡으로 지정됐으며 솔로 1집 판매 금지 조치도 받았다. 이 결정은 1987년 6월 항쟁 이전까지 계속됐다.

고인은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해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개똥이' '모스키토' '의형제'의 연출 등을 담당했다. 그는 33년간 총 359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해 오며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했다. 2004년부터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 집중해, 학전 어린이 무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복서와 소년', '아빠 얼굴 예쁘네요'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척박한 어린이 공연문화의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 고인은 뮤지컬 연출자로서 제 10회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과 2018년 한국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병환으로 학전블루 소극장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학전의 사정이 외부로 알려졌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으나 결국 지난 3월 15일 문을 닫았다. 당시 학전 측은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라고 김민기 대표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는 지난 3월 폐관한 '학전' 소극장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탄생시켰다. 위원회는 고인의 직접 메시지는 없지만 정체성을 유지할 계획임을 알렸다.

한국 청년문화 및 가요계 한 획을 그은 김민기의 사망 소식에 추모 열기가 뜨겁다. '학전' 출신인 가수 박학기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형님 감사했습니다"라며 "아름다운 곳에서 평안하세요"라고 추모했다.
누리꾼들 역시 고인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 중 하나인데,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의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발인은 오는 24일 오전 8시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