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차량의 급발진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주택가 담벼락을 들이받고 급발진을 주장한 택시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반복해서 밟는 모습이 담겼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 27일 유엔 경제 위원회(UNECE) 주관의 페달오조작(ACPE) 전문가기술그룹 회의에 참석해 택시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발표했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 차량에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12시 52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65세 남성이 운전하던 전기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았고 운전자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감속페달(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를 포함해 총 6개로 구성된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운전자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간 30m를 달리는 와중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뗐다를 6차례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가속 페달을 7번째 밟은 후 충돌할 때까지 발을 떼지 않았다.
담벼락에 충돌하기 전까지 총 119m(약 7.9초)를 달리는 동안 택시 기사는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 충돌 직전 차량 속도는 시속 61㎞로 추정된다.
운전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속도가 빨라지는데도 자신이 밟은 페달이 가속페달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오히려 사고 발생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의도하지 않은 가속 현상이 일어나면 당황하지 말고 모든 페달에서 발을 떼어 볼 것을 조언한다. 양발이 모두 페달을 밟고 있지 않은데도 속도가 올라간다면 급발진을 의심할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