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요즘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K팝 그룹들이 이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면서 이른바 '바다 건너온' 멤버들은 팀 구성의 '필수 조건'이 됐을 정도죠. 성공의 꿈을 안고 낯선 한국 땅을 찾은 외국인 멤버들은 과연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현재를 지내고 있을까요? [물 건너온 아이돌] 코너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본명은 션샤오팅, 한국식 애칭은 심소정. 그룹 케플러 샤오팅(24)은 2021년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을 통해 인기를 얻으며 그룹 케플러로 데뷔에 성공했다. 2022년 1월 데뷔, 약 2년 6개월 동안 활동하며 자신의 본명을 한국 한자음으로 읽은 애칭도 얻었다.
샤오팅은 어린 시절 댄스스포츠를 전공하며 무용인의 삶을 살았지만, 인생의 궤도를 K팝으로 돌렸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 출신인 샤오팅은 학창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는데, 대학에서 캐스팅을 당한 계기로 아이돌에 발을 들이게 됐다. 20세, 결코 빠른 나이는 아니었지만 중국 서바이벌 '창조영 2020'에 처음 도전했고, 연이어 기회가 닿자 한국 서바이벌 '걸스플래닛'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가 출연한 '걸스플래닛'은 2010년 후반대부터 등장한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등으로 여러 서바이벌 그룹이 탄생했던 가운데, 샤오팅 역시 K팝 아이돌 서바이벌 출연을 결심한 것이다. 한국 소속사의 연습생 기간 없이 K팝 시스템에 발을 디뎠지만, 이미 학창 시절부터 K팝을 많이 접해왔기에 자연스럽게 K팝 아이돌 도전이 가능했다는 게 샤오팅의 설명이다.
샤오팅은 한국에 오자마자 데뷔에 성공했지만,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스스로 답답함을 느꼈던 샤오팅은 멤버들에게 질문하며 따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고, 한국 생활 4년 차인 현재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고 있다.
-먼저 자기소개 해주세요.
▶케플러 샤오팅입니다. 팬들이 심소정이라고 불러요. 팬분들이 한자를 찾아서 알려주더라고요. 팬분들이 예쁘다고 그렇게 불러줘요.
-댄스스포츠를 전공했는데 K팝 아이돌을 꿈꾼 계기가 있었을까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댄스스포츠를 전공했었는데요, 대학교 때 연기로 바꿨어요. 그때 캐스팅 팀이 와서 천천히 준비하게 됐어요. 여러 K팝 아티스트들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K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왔었나요.
▶뭔가, 데뷔 전에 전 중국에 있었잖아요. 중국에 K팝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요. 맨날 새로운 노래와 춤이 나오면 댄스 챌린지를 하는 사람이 많죠. K팝 아이돌로 데뷔한 제가 봤을 때, (K팝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으면서 계속해서 다양한 장르를 어우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 서바이벌에 출연하고, 이어서 엠넷 '걸스플래닛 999'에 출연했더라고요.
▶중국에서는 춤도 잘한다고 생각해서 '한 번 해보자' 했어요. 결과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많이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간 거예요.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때 한국에서 좋은 기회가 생겨서 '저도 해야겠다!', 처음 시작하는 용기가 많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준비가 됐고, 결심을 먹어서 이렇게 왔어요.
-'걸스플래닛'을 통해 K팝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어려운 건 없었나요.
▶어렸을 때 댄스스포츠 해서 체력적으로 좋아요. 촬영이나 이런 건 다 좋았어요. 조금 어려운 건 언어인데, 그땐 아예 한국어 모르니까. 근데 하면서 보디랭귀지도 하고, 조금 배우니까 괜찮아졌어요.
-도전하는 걸 원래 좋아하나요.
▶도전이요? 아니요.(웃음)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것보다는 이걸 해야 하는 거면 잘하고 싶어요. 그래서 시간을 주면 전 충분히 잘할 수 있어요.
-샤오팅에게 특별한 롤모델은 없었나요.
▶특별히 롤모델이 있기보단 멋진 선배님들은 다 롤모델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전 외국인이잖아요. 더 다양한 퍼포먼스, 활동을 하시는 아티스트들 보면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나요. 가장 달라진 점은요.
▶3년 됐어요. 한국어 많이 늘었어요. 이렇게 소통할 수 있고요.(웃음) 또 무대에서 퍼포먼스나 표현, 실력도 많이 는 것 같아요. 전 모니터링도 많이 해요.
-케플러 멤버 중 혼자 중국인이라 처음에 소통이 쉽지 않았을 텐데, 멤버들에게 한국어 공부 도움을 받았나요.
▶네. 멤버들 다 도움을 많이 줘요. 맨 처음엔 제가 아예 모르니까 설명도 천천히 해주고, 간단한 단어로도 설명해 주고 그랬어요. 저도 모르는 단어 있으면 물어보고, 그러면 바로바로 설명해 줘요. 이거 때문에 많이 늘었어요. 스스로도 느끼고 있어요.(미소)
-3년 만에 한국어 실력이 엄청나게 성장한 게 느껴져요.
▶왜냐면 해외에서 언어가 중요하니까, 스케줄하고 촬영하는데 이해 못 하면 답답하고 바보 같이 보이더라고요. 빨리 늘고 싶었어요. 맨 처음 데뷔 후 예능 나갔는데 한국어 모르니까 바보처럼 웃고만 있었어요. 웃기만 했죠. 언제 데뷔인지, 몇 살인지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데 이해 못 해서 머리를 쳤어요. 그런데 그게 다 영상에 찍혔더라고요.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보통 K팝 아이돌은 연습생 기간을 거치는데, 샤오팅은 '걸스플래닛'을 통해 데뷔한 만큼 한 소속사에서의 연습생 과정이 없었어요. 활동하면서 차이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희 팀, 서바이벌로 만든 팀이잖아요. 맨 처음에는 잘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다른 팀들은 보통 몇 년 같이 하고, 다들 딱 해야 하는 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맞추는 게 오래 걸렸는데, 그래서 케플러 칼군무가 유명한 게 아닐까요. 그렇게 열심히 한 거죠. 저도 댄스스포츠 했는데 K팝 안무와 다르니까 디테일하게 많이 배웠어요.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수많은 외국인 연습생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먼저 잘 알아야 할 것 같고, 자기한테 책임감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게 되게 힘든 일이잖아요. 근데 길게 생각하면 솔직히 모든 일이 다 힘들어요. 그래서 그냥 책임감 있어야 하고, 남들 비교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기를 비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저도 다른 사람과 비교 안 해요. 다들 파이팅합시다!
<【물 건너온 아이돌】 샤오팅 편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