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의 고위 임원들을 향해 날 선 비난하며 "개저씨들의 배신"이라고 했고, 하이브는 "답변할 가치는 느끼지 못했다"며 "속히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민 대표는 26일 오전 방송된 라디오에도 출연해 재차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법률대리인인 세종 측과 함께 2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이브가 어도어에 대한 긴급 감사를 연 뒤 대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민 대표가 갑작스럽게 연 회견이었다.
이날 민 대표는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해, 하이브의 찬탈 및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왜 하이브와 갈등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던 중 하이브 고위 인사들을 향해 "시XXX" "지X" "개저씨들이 나를 배신했다" "양아치" "X밥" 등 비속어를 거침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내가 어떻게 경영권 탈취를 하겠나, 하이브가 공개한 나의 메신저 캡처는 임원진들과 가벼운 사담을 그들의 프레임에 맞게 캡처해 끼워넣기 한 것"이라며 찬탈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권 찬탈을 기획하거나 의도하거나 실행한 적이 없다"라며 "저는 직장인이고, 월급 사장이다, 의도도 동기도 한 것도 없어서 배임이 될 수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함께 나온 세종 법률대리인 역시 "민 대표님은 찬탈을 기획한 적도, 심지어 모의한 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이브가 주장한 '민희진 대표가 방탄소년단(BTS)도 자신을 베꼈다'는 언급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방탄소년단의 군 복무 여부를 물어본 것은 방탄소년단은 하이브에서 너무나도 에이스이기 때문에 에이스가 없는 상황에서 뉴진스의 홍보 포인트가 어떻게 잡힐지 뉴진스의 부모 마음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민 대표는 자신이 왜 하이브와 갈등을 겪었는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뉴진스를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약속하에 준비하던 중 하이브의 또 하나의 레이블인 쏘스뮤직 소속 걸그룹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하게 돼 방시혁 의장과의 대립이 심화됐다는 게 민 대표의 설명이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하이브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민 대표는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 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언론 문의 중 경영적으로 반드시 명확히 밝혀야 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성실히 말씀드리겠다"고 알렸다.
하이브는 "당사는 민 대표가 '대화 제의가 없었다', '이메일 답변이 없었다'는 등의 거짓말을 중단하고 요청드린대로 정보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응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라며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이날 오후에는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A 부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민 대표는 26일 오전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 긴급 기자회견 때와 비슷한 골자로 추가 입장을 밝혔다.
민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배임, 경영권 찬탈 의혹에 "이런 분야를 모른다, 내 대회를 짜깁기해서 이렇게 몰아가는 게 너무 이상하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하이브가 대중이 나에게 갖고 있는 편견을 이용해서 각을 맞춰 공격하는 느낌"이라며 "마치 나를 망가뜨리기 위한 것 같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게 하려는 것 같다, 대중 앞에서의 분쟁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이 방송에서도 뉴진스를 언급하며 울컥했다. 민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뉴진스 멤버들과 따뜻한 관계라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내가 죽어야 하나?' 살짝 이상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귀신같이 멤버들이 다 같이 나한테 전화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이게 위로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애들이 울고 애들이 '사랑한다'고 했다"라며 "평소에는 그런 말 하면 오그라든다, 그런데 이게 너무 와닿아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비껴가더라, 얘들이 나를 살렸나라는 생각도 들고 애틋했다"고 말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22일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및 A 부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고 보고 긴급 감사에 들어갔다.
한편 어도어는 지난 2021년 방시혁이 의장으로 있는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 원을 출자해 만들어진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