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간호사를 꿈꾸던 대학생이 자취방에 침입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폭행과 사망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며 가해자를 풀어줬다.
16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일 피해자 A씨의 자취방에서 발생했다.
동갑인 전 남자친구인 김모씨는 A씨의 자취방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무단으로 들어갔다.
술에 취한 그에게 심하게 맞은 A씨는 거제 한 병원에서 뇌출혈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자신을 피한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
입원 치료를 받던 지난 10일 새벽, A씨의 상태가 악화됐다.
부산과 창원 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기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못 받겠다고 했고 4시간이 흐르는 사이 A씨는 숨지고 말았다.
이후 가해자 김씨는 긴급체포됐다. 그런데 몇 시간 뒤 풀려났다.
1차 부검 결과 폭행과 사망 사이 직접 연관성이 없고 사안이 긴급하지 않다며 검찰에서 체포를 불승인한 것.
A씨 엄마는 "입관식 때 봤는데 그 눈 그대로다. 한쪽 눈이 다 안 감겼다. 내가 이쪽 눈을 감겨주려고 아무리 해도 안 감긴다"며 비통해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7만790건으로, 하루 평균 193건 수준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만 추려도 1만2828명에 달해 매일 35명씩 체포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대부분이 폭행·상해(70.7%), 체포·감금·협박(9.0%) 등 10건 중 8건이 강력 범죄다. 피의자가 수사를 받던 중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은 경찰이 강제로 접근금지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연락금지나 접근금지 조치를 하려면 부부(사실혼)거나 스토킹 피해자여야 하기 때문.
교제 관계도 가정의 일환으로 보고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면 접근 금지 등 피해자 보호 제도를 적용하도록 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됐다.
교제 관계의 범위가 법적으로 불분명하다는 게 이유다.
특정 범죄에만 집중한 땜질 입법을 넘어 근본적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