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프리 선언 후 1년…예상 밖의 일이 참 즐거워요."
퇴사한 지 이제 1년,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173940)에서 만난 아나운서 출신 정다은(40)은 '프리랜서 새내기' 그 자체였다.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반면, 15년 동안 몸에 밴 아나운서 시절 습관이 행동에 묻어났다. 정다은 본인 역시 "프리랜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밝게 웃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정다은은 G1방송 리포터를 거쳐 2008년 KBS 34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후 15년 동안 방송국에 몸담으며 앵커로, 방송인으로, 또 라디오 DJ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KBS 1TV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부터 KBS 쿨FM '정다은의 상쾌한 아침'까지 항상 시청자들과 맞닿아 있던 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야말로 퇴사를 '질렀다'. 계획 없는 퇴사에 잠시 방황도 했지만, '프리 선언' 전후로 꾸준히 응원을 해주고 있는 남편 조우종 덕분에 마음을 다 잡았다고. 이후 '채널 정다은'에 출연하는 유튜버로, 웹소설 작가로, 또 방송인으로 새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정다은은 프리랜서로 세상에 나온 뒤 1년 동안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일을 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싶다고 했다. 해온 것보다 하고 싶은 게 더 많은 정다은을 [아나:바다] 세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지난해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회사 밖으로 나오게 됐다. 나오게 된 계기가 있나.
▶이쪽에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지 않나. 사실 나 역시 '나갈까, 말까'라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프리랜서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인지도를 쌓고 전략을 세우려다 보니 '고민하다가 평생 못 나가겠다' 싶어서 예정에 없던 퇴사를 하게 됐다. 낯설고 어려운 일들이 생각보다 많지만, 먼저 '프리 선언'을 한 남편도 많은 도움을 주고, 좋은 회사를 만나 감사하게도 일을 하고 있다.
-회사를 나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이미 회사를 나간 사람들은 '왜 나오냐, 여기 이미 포화상태라 너무 힘들다'라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나를 말렸다. 그런데 의외로 남편이 유일하게 '잘 생각했다, 나올 때가 됐다'라고 해주더라. '나와서 보는 세상은 많이 다르다'면서, 나와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을 거라고.
-조우종의 말대로 나와서 본 세상은 다르던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 KBS의 틀 안에서 직장인으로 보는 세상과는 달랐다. 방송국에 있을 땐 좋은 인프라를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제약도 많았는데, 나온 뒤에는 해볼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지만 그만큼 불안하고 위험부담도 있더라.
-안정적인 엘리트 코스만 걸어온 사람이라 회사를 나와 도전하는 '변수'를 택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듯하다.
▶슬프지만 중년의 나이로 갈수록 도전의 기회가 많이 없더라. KBS에서 아나운서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어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은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이유가 있겠지'라고 해줘서 '이건 신호다' 싶었는데, 의외로 시어머니께서 조금 불안해하셨다. 지금은 많이 응원해 주신다.(미소)
-회사를 나온 걸 후회한 적은 없는지.
▶없진 않은데(웃음)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남편이 '너 너무 급하다,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라면서 날 채찍질하더라. 차라리 그런 잡생각이 들 땐 프로필 사진도 찍고, 어떤 방송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골프도 배워두라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줬다. 이후에 '동상이몽2'를 함께할 때도 '있는 그대로 하면 잘 살릴 수 있다'라면서 조언을 해줘 든든했다. 남편에게 많이 고맙다.
-퇴사 후 방송할 때 달라진 부분도 있을까.
▶아나운서로 방송을 할 땐 주어지는 아이템이 있고, 제작진이 대본을 주면 '어떻게 잘 말할까'를 고민했다. 너무 좋은 작업이지만, 내가 가공할 부분이 없으니 방송을 할 때 수동적으로 되더라. 그런데 이제는 아이템 자체가 흥미로울까를 고민하게 되고, 방송할 때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됐다.
-퇴사 이후 남편과 같은 회사에서 일해 든든하기도 하겠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가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조금 어색하지 않나. 그런데 지금 회사는 다 남편과 아는 분들이니까 적응이 쉽더라. 또 나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미소)
<【아나:바다】 정다은 편 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