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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5·18 다룬 '1980', 정치적 영화 아냐…'서울의 봄' 덕에 개봉"

2024.03.26 13:17  
김규리/제이앤씨미디어그룹


김규리/제이앤씨미디어그룹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김규리가 자신의 주연작 '1980'을 두고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규리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1980'(감독 강승용) 관련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2021년에 찍은 이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약 3년이 걸린 것에 대해 "내 생각인데 '서울의 봄' 덕분에 개봉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력도 그렇게 많지 않고 (영화가)돈과 힘으로 움직여지는 건데,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었고 호응을 끌어내는 건 그 다음 이야기다, 12.12사태를 막지 못해 벌어진 게 5 .18인데, 그래서 많은 분들이 관심 있어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규리에 따르면 '1980'의 개봉은 여러 번 미뤄졌다.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1980'은 개봉을 앞두고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김규리는 "시민들께 조금 마음을 모아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진짜 기적이었던 게 후원 옵션이 3만원, 7만원이 기본이다, 3만원, 7만원으로 2억 5000만원을 모아주셨다, 이 영화가 개봉하는 건 기적이다, 눈물 나더라"라고 밝혔다.

영화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정치적인 프레임을 쓰게 될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김규리는 "5.18 이야기라서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얘기를 하시는데, 그것보다도 우리한테 있었던 일이고 우리의 아픈 역사이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다, 가슴 아파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영화를 보고 많이 우신다, 그분들이"라면서 한 일화를 밝혔다.

"시사회 할 때 기자간담회 전에 테이블을 놓고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배우들은 밖에 있는데 한 시민이 오셨다. 조용히 오셔서 감독님한테 뭐라고 하시더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에게 오시더니 한마디 하시더라. 머뭇머뭇하시면서 '제가요.' 이러면서 그분이 얘기하길 '전남도청에서 살아나온 사람입니다' 한 말씀 해주시는데 나는 이 영화를 찍어서 (당시의)분위기가 대충 어땠을 것을 알고 있다. 영화 촬영하면서 영상들도 보고,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거기서 살아 돌아오신 분이라고 한 말씀 하시고 가만히 서 계시는데 뭔가 말씀드리고 싶은데 딱히 어떤 말을 해야 상처 드리지 않고 힘 드릴 수 있을까, 응원해 드리고 싶었다. 입에서 단어가 안 나오더라. 두 손을 꼭 잡아드리고 있다가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씀드렸다."

김규리는 '1980'에 출연할 때 소재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악역을 줬을 때 악역에 부담이 있느냐는 의미와 같이 들린다, 배우가 작품 선택할 때 선한 캐릭터든, 나쁜 캐릭터든 선택한다, 작품에 출연하는 게 왜 문제가 될까"라면서 "프레임 안에 넣고 재단하면 그 사람이 되게 쉽게 설명할 수 있고 '쟤는 저런 애야' 판단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 '너는 이런 애야' 하면 나는 그런 애로 규정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복잡한 삶을 선택하고 걸어가고 있다, 내 인생이 어떤지 몰라서 나를 쉽게 보고 싶은 사람들이 저렇게 부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이든, 나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 걸어왔고 그래서 이것도 내 숙명인가 하고 받아들이고 나는 나대로 돌아가는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1980'은 1980년 5월 17일 중국집을 오픈한 철수네와 미장원을 운영하는 영희네가 5 ·18 민주화 항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김규리는 극중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맏며느리이자 집안의 활력소 철수 엄마를 연기했다.

한편 '1980'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